"8세 이후 뒤꿈치·무릎 통증은 성장통 아니다"

박정렬 기자 2016.05.04 17:58

상계백병원 신용운 소아스포츠정형외과 교수

자녀가 어떤 운동을 해야 키가 자랄까?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땐 먼저 성장통을 생각해야 할까?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하루만큼 고민이 쌓인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스포츠정형외과 신용운 교수(사진)에게 소아 정형외과 질환과 스포츠 손상에 관한 궁금증을 물었다.
 
   
 
-소아에게 스포츠 손상이 위험한 이유는.
“소아는 성인의 골격과 비교해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뼈에 다공성이 있고 수분 함유량이 많아 뼈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성장판의 존재다. 성장판은 뼈의 양끝 가장자리에 뼈가 넓어지는 부위에 위치한다. 성장 연골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골은 뼈에 비해 약해 큰 힘을 한꺼번에 받거나 작은 힘을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 모두 손상 받기 쉽다. 성인은 연골이 관절 면에만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인대보다 뼈가 더 약해 골절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소아에게 흔한 스포츠 손상을 꼽는다면.
“사춘기(급성 성장기(growth spurt)) 때는 성장판 주변부에 피로 골절이 흔하다. 운동 종목별로 야구 선수는 little leaguer’s shoulder, 체조선수는 gymnast’s wrist 등의 성장판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육상이나 축구선수에서 발목 관절이나 무릎 관절 속 연골의 박리성 골연골염(osteochondritis dissecans)이 많이 발생한다. 스포츠 손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가 14-17세 사이다. 고속 성장기로 골격이 약한 때이기도 한데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다가 다치기도 한다”
 
- 스포츠 전공자 외에 일반 아이들도 스포츠 손상을 겪을 수 있나.
” 8~10세에 발뒤꿈치가 아프거나, 11~14세에 무릎 앞쪽의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는 스포츠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나이에는 발 뒤꿈치와 무릎 앞쪽의 견열 골단(apophysis)이라는 성장판이 나타나 부피 성장을 하는 시기인데, 아킬레스건과 대퇴사두근이 내는 큰 힘이 작은 성장판에 집중되면서 일종의 피로 손상을 야기한다.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기 까지 약 2년간 일상적인 체육 활동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이로 인한 비만이나 사교 제한 등 2차적인 문제를 낳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상 생활에서 부족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다가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성장통과 스포츠 손상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통은 3~7세 때 겪는다. 주로 저녁시간에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주물러 주거나 찜질해주는 것으로 통증이 해소된다. 증상이 심한 아이는 자다가 깨서 울기도 하는데, 낮에는 통증 없이 잘 놀고 절뚝거림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장통은 뼈가 두꺼워지는 시기에 뼈를 감싸고 있는 골막이 팽창하는 압력 때문에 발생한다. 이 시기를 지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발 뒤꿈치나 무릎 앞쪽의 통증(Sever disease, Osgood-Schlatter disease)을 ‘성장통’이라고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 질환이 성장기에만 발생하다 보니 의사가 쉽게 설명하려는 과정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오해다. 피로손상을 늦게 발견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박리성 골연골염(osteochondritis dissecans), 만성적인 반월상 연골 손상(meniscus injury), 정강이뼈의 피로 골절, 성장판의 피로 손상 등을 겪을 수 있다. 조기에는 휴식과 물리치료로 쉽게 해결되지만, 방치하면 수술 후에도 이전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 농구나 수영 등 성장에 좋다고 알려진 운동은 실제 효과가 있나.
“특정 운동이 특별히 성장에 좋다고 할 순 없다. 체중,체형관리엔 수영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고, 운동선수들 중 어린 나이에 유제품 섭취가 많은 아이의 체격이 좋다는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지속적인 견인(당김) 시 성장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뛰는 동작이 성장판을 자극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아마 수영이나 농구 선수가 장신이라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지 않을가 생각한다. 성장판을 자극하겠다고 무리한 점프 활동을 시키거나, 트렘폴린(방방이)을 하는 건 근거 없는 행동이다. 오히려 성장판 주변 골절이 발생하면 이로 인한 단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비만을 방지하면서 성장 호르몬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은 줄넘기를 추천한다.
 
-소아청소년은 통증을 표현하지 않기도 한다. 통증을 덜 느껴서인가 회복이 빠른 것인가.
“증상 발생시기를 물었을 때 환아와 보호자가 서로 다른 얘길 하는 경우가 있다. 말다툼이 벌어지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가 나오기도 한다. 아이가 통증을 덜 느낀다기 보다, 부모나 코치와의 소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빚어지는 것 같다. 소아는 골절의 유합 기간의 어른의 반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인대 손상이나 피로 손상의 회복은 성인과 차이가 없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운동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8~9살 이전에는 중심을 잡는 능력이 부족하다. 넘어지기 쉬운 운동(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 이상에선 운동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른은 근육통이 남지만, 아이들은 피로 손상이 발생해 더 긴 기간 운동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성인과 소아 치료가 달라야 하는 이유는.
”소아는 작은 성인이 아니라는 소아과 진료의 격언이 있다. 손상 회복 기간, 심리 상태, 치료 과정에 개입하는 요소가 성인보다 다양해서다. 소아 환자의 치료는 보호자와의 협조가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치료 동기를 유발하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이유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문성 있는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매년 부상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조기에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잊혀진 운동 천재’들이 8%씩 발생한다. 특히 선수 생활을 목표로 한다면 소아청소년 정형외과 문제를 자세히 연구하고 이해하는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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