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갑상샘 질환은 성인 여성에게 흔하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발병하는 중요한 내분비 질환이다.
갑상샘 호르몬은 목의 정중앙부의 갑상샘이란 곳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신체의 기초대사를 조절하여 신체의 발육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일을 한다. 또한 갑상샘 호르몬은 태아와 신생아의 뇌신경의 성장 발육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래서 뇌의 90% 이상이 발달되는 1세부터 4세까지의 소아기에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정신 지체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소아청소년의 갑상샘 질환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분류된다. 태어날 때부터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한 선천성 갑상샘 저하증은 태아의 갑상샘이 잘 발달되지 못한 갑상샘 형성 부전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갑상샘 호르몬은 신생아의 뇌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선천성 갑상샘 저하증을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지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태어나는 모든 아기를 대상으로 선천성 갑상샘 저하증 검사를 포함한 선천성 대사이상 스크린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검사에서 갑상샘 저하증을 초기에 발견해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하면 지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주로 사춘기에 발병하는 후천성 갑상샘 질환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갑상샘 저하증이나 항진증으로 나누어진다. 성인들의 경우 갑상샘 저하증이 생기면 만성 피로, 식욕 부진, 체중 증가, 변비, 추위에 못 견디는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청소년들은 갑상샘 저하증이 있더라도 욱체적, 정신적으로 활달한 청소년기의 특성상 성인과 달리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드물다. 오히려 성장 부진이 이 질환의 가장 흔하고 뚜렷한 증상인데 이는 갑상샘 호르몬이 소아의 신체 발육을 촉진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가 안 큰다고 성장클리닉에 찾아 온 청소년에게서 갑상샘 저하증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드물게는 만성 빈혈 증상으로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하다가 갑상샘 저하증으로 진단되기도 하는데 이는 갑상샘 호르몬이 적혈구 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갑상샘 저하증은 갑상샘에 대한 자가면역항체에 의해서 갑상샘이 공격을 받아서 발생하는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샘염이기 때문에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환자나 부모가 이상 증상을 감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성인과는 달리 성장하는 소아의 경우 매년 성장속도만 잘 평가한다면 갑상샘 저하증을 쉽게 의심할 수 있다.
갑상샘 저하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갑상선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한다. 선천성 갑상샘 저하증은 평생 치료를 받기도 하고, 후천성 갑상샘 저하증도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자기면역반응이 서서히 회복되는 수년간 갑상샘 호르몬 보충요법 치료를 하면 된다.
또한 소아청소년에게 갑상샘 항진증도 드물지 않다. 갑상샘 항진증은 갑상샘 저하증과 반대로 과다행동, 집중력 장애, 정서불안, 행동과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 때문에 아이가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급하고 욱하는 성격을 보여서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야단을 많이 맞게 되기도 하며, 간혹 정서적 불안으로 인하여 정신과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부분의 갑상샘 항진증 환자는 갑상선 자가면역항체에 의해서 갑상샘이 커져서 목 정중앙이 부어 보이고, 안구가 돌출되기도 한다. 치료는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는 대부분 항갑상선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게 된다.
갑상샘 호르몬은 알고 보면 성인보다 소아청소년에서 더욱 중요한 호르몬이다. 다양한 증상의 천의 얼굴을 가진 갑상샘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만 잘한다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 이대목동병원 김혜순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다. 소아성장·사춘기 이상 질환·갑상선 질환·소아당뇨를 주요 전공으로 이대목동병원 성장클리닉을 운영하며 치료를 하고 있다. 한국·미국·아시아태평양 소아내분비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연구 및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