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카(CICA)’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동안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히알루론산’ 함유 제품이 유행처럼 쏟아지더니 요즘 뷰티 업계는 ‘시카’ 성분에 주목하고 있다.
시카는 ‘센텔라 아시아티카(Centella Asiatica·병풀, 이하 센텔라)’라는 식물을 부르는 말이다. 프랑스어로 ‘상처’라는 뜻을 가진 ‘시카트리스’에서 따왔다는 말도 있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새로 발견된 성분은 아니다. 센텔라는 오래 전부터 동양 의학에서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해 왔다. 생김새는 동그란 잎에 끝 부분은 톱니바퀴처럼 오돌도돌하다. 호랑이가 싸우다 다치면 이 풀이 무성한 곳에서 등을 대고 굴러 상처를 치료했다 하여 ‘호랑이 풀’이라고도 부른다.
이 식물은 피부의 상처 부위를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하고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유명한 상처 치료 연고제 ‘마데카솔’의 주 성분도 센탈라 추출물이다. 이 연고에는 센텔라아시아티카정량추출물(1%)과 항생제 성분(0.35%) 등이 함유돼 있다.
이렇게 흉터 치료용 의약품에 사용하던 센텔라 성분이 최근엔 여드름·민감성 피부용 스킨·로션·크림 등 화장품의 주 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센텔라는 노화와 건선, 아토피 등이 있는 사람의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고 상처를 빨리 가라앉힌다고 보고됐다.
상처 치료 연고에서 민감성 피부 개선제로
센텔라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 성분은 전체의 1~8%를 구성하는 사포닌이다. 사포닌은 소염제 역할을 하는 생약 물질로 홍삼이나 인삼, 마늘과 생강 등에도 풍부하다. 바로 이 성분이 상처 치료 기능을 한다. 염증 반응을 줄이고 피부 콜라겐과 피브로넥틴이라는 당단백질을 증가시켜 상처를 아무는 것을 돕는다.
실제로 독일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센텔라의 사포닌을 경구, 혹은 피하로 3주 간 주입했을 때 상처 조직에서 콜라겐 성분이 증가하고 염증성 결절이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센텔라는 광노화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광노화는 자외선을 과도하게 받아 노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노화가 진행하면서 피부 속 콜라겐의 양도 줄어드는데, 센텔라 성분이 이를 막아줄 수 있다. 프랑스 연구팀은 광노화에 노출된 피부를 가진 45~60세 20명에게 마데카소사이드(센텔라 성분) 0.1%와 비타민 C 5%를 함께 도포했다. 6개월 후 참여자의 약 3분의 2에서 피부 주름이 옅어지고 피부층이 단단해졌으며 탄력과 보습에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센텔라 성분과 비타민 C를 함께 사용하면 햇볕으로 노화된 피부 표피층을 복구하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센텔라의 셀룰라이트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센텔라 추출물 60mg을 매일 경구 투여한 결과 90일 후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셀룰라이트가 심한 부위에서 지방 세포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 관찰됐다.
지금까지 보고된 센텔라의 부작용으로는 국소적인 알러지 반응 등이 있다. 센텔라의 주요 성분을 담은 ‘시카’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함유량을 따져보고 구입한다. 일반 의약품인 흉터 치료 연고제의 성분을 살펴보면 ‘센텔라아시아티카정량추출물 1%’ 이라고 나와 있다. ‘정량추출물’은 물과 열 없이 추출하므로 고농축 성분이 보존된다. ‘일반추출물’은 물을 가열한 정제수와 함께 추출한 것으로 제품마다 함유량이 30~80%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