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당뇨→스트레스 악화’ 악순환 고리 끊어야

윤혜연 기자 2018.05.04 17:52

당뇨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 중요성

당뇨 환자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혈당 측정 같은 기본적인 치료 관리의 의욕조차 잃게 될 수 있다.

당뇨와 스트레스는 서로 끊기 어려운 관계에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2형 당뇨의 발병 위험이 높다. 그런데 당뇨가 생기고 나면 당뇨 투병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악화된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당뇨 관리에 소홀해져 건강이 더 나빠지기 쉽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당뇨와 스트레스'의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중요한 이유다.
 
지난 4월 30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춘계연수강좌에서 국제성모병원 건강증진센터장 황희진 교수가 ‘스트레스와 당뇨: 연관성과 해결책’에 대해 발표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당뇨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신경과학과 연구팀은 자국민 3만729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불안증 혹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10년 후 2형 당뇨가 생길 위험이 높았다고 보고했다. 영국의 중년 공무원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에서도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약 15년 후 2형 당뇨 발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희진 교수는 스트레스가 2형 당뇨를 유발하는 기전에 대해 세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첫째,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당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 부족, 흡연과 음주를 반복하다 보면 당뇨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스트레스 때문에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연결되는 신경내분비계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복부 비만을 불러오고, 이것이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 복부 지방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인터류킨-6(IL-6)’를 분비하는데, 이 변화가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는 상태를 초래해 당뇨로 이어지는 원리다. 셋째, 우울증 때문에 면역 체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당뇨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뇨 자체도 스트레스를 유발,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당뇨 때문에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이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약물 복용과 검사에 대한 부담감, 합병증에 대한 걱정,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불안과 우울감,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트레스가 결국 당뇨 환자의 치료 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혈당 측정 처럼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황 교수팀이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07년~2012년) 분석 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가 일반인보다 우울감을 겪거나 자살 시도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세 이상 남녀 3만40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당뇨 환자 3846명과 나머지 3만여 명의 정신 건강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혈당을 가진 사람들 중엔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됐다고 답한 경우가 13.6%인 반면, 당뇨 환자군에서는 17.6%로 더 높았다. 자살을 생각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그렇다'고 답한 비당뇨인은 15.3%이었고 당뇨 환자는 17.6%로 나타났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비당뇨인(0.8%)보다 당뇨 환자군(1.3%)에서 높았다. 당뇨가 없는 사람에 비해 당뇨 환자는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약 1.2배,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약 1.4배 정도 더 높았다.
 
당뇨 환자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 생각까지 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뇨 식단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정신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 교수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당뇨 환자의 스트레스에 대해 스스로는 물론 주변인조차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당뇨로 인해 짜증, 신경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기분이 지속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건강한 당뇨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당뇨 환자가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약물치료 이외에도 점진적 근육 이완법, 호흡법, 명상, 인지왜곡 교정 등의 훈련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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