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이동할 때 지팡이 짚으세요?" 근감소증 예측할 다섯 가지 질문

박정렬 기자 2018.04.26 14:19

경희대병원 연구팀 "근육량·악력 측정 없이 간단하게 근감소증 예측 가능"

"방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걷는 게 어려우신가요?"
"쉬지 않고 계단 10개를 오를 수 있나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근감소증을 판단할 수 있는 한국형 근감소증 선별 질문지가 개발됐다. 근육량·악력 등의 검사 없이도 ▶근력 ▶보행 보조 ▶의자에서 일어서기 ▶계단 오르기 ▶낙상 등 총 다섯 가지 질문만으로 간편하게 근감소증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김선영 교수팀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자료를 분석해 종전에 해외에서 쓰이던 질문지를 개량한 한국인 맞춤형 근감소증 선별 질문지(SARC-F 질문지)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질문 항목은 총 5개로 ▶4.5kg (9개들이 배 한 상자 정도) 무게를 들어 나르기 ▶방안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걷기 ▶의자(휠체어)에서 일어나 침대(잠자리)로 이동하기 ▶10개의 계단 쉬지 않고 오르기 ▶최근 1년간 낙상 횟수 등을 스스로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낙상을 제외한 항목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0점, '조금 어렵다'는 1점, '매우 어렵다 혹은 할 수 없다'는 2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낙상 횟수는 '전혀 없다' 0점, 1~3회 1점, 4회 이상은 2점이다. 이를 종합한 점수가 4점 이상이면 근감소증 위험이 크다고 본다.

원장원 교수는 "질문지를 통해 근감소증으로 분류된 환자는 신체기능이 저하됐을 가능성도 크다"며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추가 문진과 함께 근육량, 보행속도, 악력 등을 확인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육이 주는 것도 병이다. [중앙포토] 

근감소증 노인 사망·입원 확률 2배 이상 높아
나이가 들면 팔·다리·엉덩이 등의 근육이 준다. 실제 근육량은 30~40세를 기준으로 매년 1%씩, 근육의 강도는 매년 1.5%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근육 감소는 노화의 한 증상으로 여겨졌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근육 감소를 하나의 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지 근육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골다공증, 감염성 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망률과 입원율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 서울아산병원·KAIST 공동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1343명을 대상으로 근육량·근력과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 남녀 노인은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각각 5.2배, 2.2배 높았다. 또 성별과 관계없이 근감소증이 있으면 일상생활 능력이 주는 장애 발생 확률이 2.15배 높았다.

원장원 교수는 "근육, 특히 보행을 책임지는 하체 근육은 건강을 지탱하는 대들보"라며 "근감소증 선별 질문지는 근감소증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말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왼쪽)·김선영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한편, 경희대병원 연구팀은 이 질문지의 타당도를 확인하는 연구 논문을 지난 1월 노인의학 부분 상위 10%에 속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DA)'에 발표했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사업은 보건복지부 과제로 노쇠(근감소증)의 진단방법과 예방관리방법을 도출해내기 위해 3년째 진행 중이며, 원장원 교수가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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