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이 위암 재발 부른다

김선영 기자 2018.03.22 14:30

조기 위암 치료 후 제균 치료하면 위암 발생 위험 50% 감소

올해부터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균을 없애는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위암 환자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발암물질 중 하나다. 헬리코박터균 단독으로 위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의 위암 발병 위험은 비감염자의 3~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에 위암 검진이 포함돼 있어 암을 조기 발견하기 수월하다. 이에 따라 내시경 절제술로 위암을 치료하는 환자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내시경 절제술은 위 내시경을 통해 암세포와 암 주변의 점막하층을 살짝 도려내는 치료법이다. 위 전체를 보존할 수 있어 치료 후 삶의 질이 높은 편이다. 수술하는 것에 비해 합병증 발생율도 낮다. 문제는 내시경 절제술을 받아도 남은 부위에 새로운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국립암센터 최일주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 1350명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양성인 396명에게 제균약 혹은 위약을 투여했다. 그런 다음 위암 발생과 위축성 위염의 호전 여부를 추적조사한 결과, 제균약을 복용한 그룹 194명 중 14명(7.2%)에서, 위약을 복용한 그룹 202명 중 27명(13.4%)에서 위암이 각각 새로 발생했다. 제균약 그룹이 위약 그룹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50%나 감소한 것이다.

또 제균약 그룹은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위축성 위염도 유의하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균약 복용 그룹은 48.4%(157명 중 76명), 위약 복용 그룹은 15.0%(153명 중 23명)에서 위축성 위염이 조직학적으로 호전됐다. 이미 위점막의 위축성 변화가 진행된 환자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축성 변화를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최일주 박사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고위험군인 조기 위암 환자에서 증명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또 있다. 2012년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 268명의 위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제균 치료를 받은 그룹(177명)은 위암 발생률이 8.5%인 반면 제균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91명)은 14.3%였다. 일본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위십이지장궤양의 재발도 방지한다. 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 소화성 궤양의 출혈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임상 지침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 제균 치료를 강력히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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