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폐암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사법이 국내 의료진과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조기 발견이 어려웠던 폐암 환자의 조기 진단율과 치료율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연구팀(전상훈 교수, 장지은 박사)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대식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호기가스 폐암 진단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호기가스는 내쉬는 호흡인 ‘날숨’을 의미하는 것으로, 폐 속의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센서가 분석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돼버린 경우가 많다. 말기에 이르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는 환자의 비율도 적지 않다. 위암이나 대장암 같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공인된 선별검사(스크리닝)도 없다. 폐암의 진단이 늦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다. 폐암은 1기에 수술을 받으면 5년 생존율이 70%지만 3기 이후 수술 받은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전상훈 교수는 호흡과 관련한 단백질인 ‘시토크롬 P450 혼합산화효소’가 폐암 환자에게서 활성화되면 특정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분해를 가속하고, 이를 검출하면 폐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바이오마커’로 만드는데 사실상 성공했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한 뒤 이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전자 코(Electronic nose)에 내장된 다양한 화학 센서로 데이터화했다. 이번 연구에 적용된 ‘전자 코’는 폐암 환자 판별에 적합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모델을 도입해 점차 스스로 최적화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의 요소도 구현했다.
주성분 분석법(PCA)을 적용한 호기가스 분석 그래프로, 수술 후 첫 번째 외래는 수술 후 평균 19.1일 후, 수술 후 두 번째 외래는 수술 후 평균 34.4일 후였다. 수술 전에는 폐암 환자군과 정상 성인군의 데이터가 비교적 잘 분리되지만, 수술 후 시간이 지날수록 두 군간 차이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 확인된다.
다중층 인식망(MLP) 데이터 분석 결과, 폐암 환자의 날숨은 수술 전 약 75%의 정확도로 건강한 성인의 날숨과 구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폐암 수술을 받은 후에는 점차 정상인과 유사한 데이터를 나타내는 결과를 보였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93.5%가 시간에 따른 호기가스의 변화가 없이 일정한 값을 나타내 수술로 암 조직이 제거되면 암세포가 발생시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정상인 수준으로 감소함이 확인됐다.
전상훈 교수는 “현재 폐암 진단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X선 검사나 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영상검사는 방사선 노출과 비용 부담, 조영제 부작용 때문에 위험도가 적은 환자에게도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에 해가 없고 호흡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폐암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검사법의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검사법을 임상에 즉시 적용하기에는 어렵지만 향후 정확도를 높이고, 더 많은 환자에게서 유용함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편리하고 효과적인 폐암 검사법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공동 연구로 발표된 이번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센서 앤 액츄에이트(Sensors & Actuators; B. Chemical)'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