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환절기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집니다. 따뜻한 날씨에 익숙해진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심혈관이 갑자기 수축하고, 맥박이 빨라져 심장에 부담을 줍니다. 갑자기 심장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심장이 멈추는 돌연사 위험도 높아집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동맥경화증·부정맥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은 더 그렇습니다. 일교차가 1도 커지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1.84%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ogy·2016).
어떤 이유로든 갑자기 심장박동이 멈췄을 땐 가능한 빨리 심장이 다시 뛰도록 돕는 응급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심장에 전기적 충격을 줘 다시 움직이도록 돕는 자동제세동기(AED)가 곳곳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스물여덟 번째 주제는 ‘노인 돌연사의 주범, 심장질환 골든타임 지키는 법’입니다.
심장을 지키는 골든 타임은 4분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은 돌연사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면서 생명이 위급해집니다. 심장은 1분만 멈춰도 신체 기능이 급속도로 떨어집니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4분 남짓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뇌 손상이 시작됩니다. 심 정지 발생 후 10분이 지나면, 심각한 뇌 손상으로 진행하고 의식불명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이 멈춰 쓰러진 다음에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심장 제세동·심폐소생술 같은 응급 치료가 곧바로 이뤄져야 합니다. 멈춘 심장을 대신해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이런 응급 치료는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가능성과 후유증을 줄여줍니다. 119 구급대가 있지 않냐고요? 문제는 시간입니다. 신고 후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평균 7.28분,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86분입니다(한국응급구조학회·2011). 이들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몸이 그 때까지 버티지 못합니다. 가능한 빨리 심장이 다시 뛰도록 제세동을 해줘야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합니다.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는 의외로 흔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갑자기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는 심장 돌연사로 사망하는 수는 한 해 2만 5000여명에 이릅니다. 하루 70명꼴 입니다. 1년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부정맥 같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다면 급성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더 높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89.2%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고령층의 46.2%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5).
실제 보건복지부에서 급성 심장마비의 발생 원인을 분석했더니 심인성·호흡성·비외상성 출혈 등 각종 질병이 원인인 경우는 73.7% 였습니다. 교통사고·질식·추락 등 외부적 요인으로 급성 심장마비가가 발생한 경우는 24.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는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평소 앓고 있던 만성질환이 급성 심장마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향은 고령일수록 심했습니다. 10대는 31.2%, 20대는 24.8%만 질병이 원인으로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30대는 41.0%, 40대는 56.8%, 50대 67.2%, 60대 74.5%, 70대 81.8%, 80대 이상 89.3%가 만성질환이 급성 심장마비의 원인이었습니다.
급성 심장마비 발생장소 78.3%는 ‘집’
갑자기 심장이 멈췄을 때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곧바로 119에 신고를 한 다음,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곧바로 심장 제세동·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심폐소생술 지침에 따르면, 심장 정지 후 1분 이내 제세동이 이뤄졌을 때 생존율은 80%이상입니다. 하지만 10분이 넘으면 그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평소 응급처치법과 자동제세동기 활용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동제세동기는 심장의 리듬을 분석해 전기적 충격을 가하는 의료기기입니다. 소방서나 구급차·병원·동사무소·공항·지하철·공원·극장·쇼핑센터 등 공공장소에 주로 비치돼 있습니다.
자동제세동기의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첫째, 환자가 정상적인 호흡이 없는 ‘심 정지 상태’임을 확인합니다. 양 어깨를 두드리면서 의식을 확인하는데 움직임이 없고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심 정지 상태입니다. 둘째, 장비의 전원을 켜고 두 개의 패드 중 하나는 환자의 오른쪽 빗장 뼈 바로 아랫부분에, 다른 하나는 왼쪽 젖꼭지와 겨드랑이 사이에 부착합니다. 이때 상의는 완전히 벗깁니다. 셋째, 자동제세동기 본체에서 환자의 심장리듬을 분석하도록 기다립니다. 기계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환자에게서 떨어져 기다립니다. 넷째, 음성 지시에 따라 제세동이 필요하다면 제세동 버튼을 눌러줍니다. 제세동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환자에게 일정 거리 떨어져야 합니다. 전기 충격이 끝나면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합니다.
만일 가족 중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라면 집에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빠른 응급 처치를 위해서입니다. 운 좋게 심장 정지로 쓰러진 장소가 병원에서라면 곧바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러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한 장소의 78.3%는 집입니다.
심장 마비가 발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한 상태에서 심장 제세동·심폐소생술 같은 응급 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 밖에서 급성 심장마비가 일어난 환자가 뇌 손상 없이 사회에 복귀하는 퇴원 생존율이 2.4%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스웨덴 14.0%, 일본 10.2%, 미국 8.4%와 비교해서도 차이가 큽니다. 나머지는 뇌 손상 후유증으로 남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든 상태가 됩니다. 제세동기를 구비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법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