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두근거림 가볍게 여기면 뇌경색 위험

김진구 기자 2017.06.09 16:16

서울대병원 분석 결과, 심방세동 환자 3% 뇌경색으로 진행

박재현(42·가명)씨는 최근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오른쪽 팔다리가 부자연스럽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어눌했다. 즉시 응급실로 모셨다. 의료진은 뇌경색이라고 했다. 부정맥이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던 아버지의 말을 흘려들은 것 같아 후회가 크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가늘고 빠르게 떨리는 병이다. 보통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뇌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경색 환자가 늘고 있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이 찾아오면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한다. 뿜어져나가지 못한 혈액은 심장 안에 고인다. 이로 인해 혈액이 엉겨 붙어 혈전이 생긴다. 심장 밖으로 혈전이 튀어나와 혈관을 막는다.


혈전이 뇌혈관으로 가면 뇌경색을 일으킨다. 특히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 때문에 생긴 뇌경색은 예후가 좋지 않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의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03~2013년)를 분석해, 국내 심방세동 환자 1만846명의 뇌경색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은 연간 3%에 달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은 더 커졌다. 65세 이상일 경우 3.28배, 75세 이상은 3.95배에 달했다. 고혈압 3.61배, 당뇨병 1.64배, 동맥경화성 질환 1.5배, 뇌졸중 과거력 7.21배, 심부전 2.3배 등 관련 질환을 앓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을 때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시혁 교수는 “심방세동은 증상이 가벼워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뇌경색의 위험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항응고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의근 교수는 “심방세동은 심장 부정맥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67%에서 발견된다”며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흔히 나타나는데, 60대에서는 3.0%, 70대에서는 4.2%까지 높은 유병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두근거림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며, 무엇보다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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