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들어올라' 꽁꽁 닫힌 창문에 더 탁해지는 '실내 공기'

김진구 기자 2017.04.27 09:11

10가구 중 7가구 환기 횟수 줄여…실내 미세먼지 각종 호흡기·알레르기 질환 유발

미세먼지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은 총 14일로, 2015년 5일, 2016년 2일 대비 급증했다. 39개 권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같은 기간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총 86회에 달한다.

10가구 중 4가구 “창문 닫고 지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창문을 닫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내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실내에 머무르면 오히려 건강에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창문을 닫고 외출을 최대한 삼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실제 한국3M이 최근 30·4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7%는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37.7%는 아예 환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5분 이상 창문을 열고 환지하는 가정은 55.3%에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외 미세먼지만큼 실내 미세먼지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공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280만 명 수준.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인 600만 명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창밖만큼 해로운 ‘실내 미세먼지’

여기에 더해 WHO는 실내 오염물질이 실외 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최대 1000배 높다고도 경고했다. 실외의 경우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어 공기가 이동하면서 오염물질이 희석되는 반면, 실내는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대기가 그대로 정체돼 오염물질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2010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단독 및 다세대 주택을 대상으로 실내 유해물질을 조사한 결과, 공기 중의 세균과 곰팡이의 평균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실내 미세먼지는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주 오염원은 주방이다.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한다. 고등어·삼겹살을 굽거나 양초를 피워도 미세먼지가 나오기 때문에 한때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창문을 닫고 조리하면 평소의 최소 2배에서 최대 60배에 달하는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나 컴퓨터 같은 전기·전자제품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된다. 컴퓨터의 경우 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내부에 장착된 팬이 돌아가는데, 여기서 화학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이밖에도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거나, 실내에서 이불을 털고, 아이들이 침대·소파에서 뛸 때도 적잖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조리 후 3분이라도 반드시 환기해야


실내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다. 공기청정기의 경우 미세먼지를 걸러내지만, 실내 온도·습도 조절은 불가능하다. 자연 환기는 하루 30분씩 3번이면 곰팡이와 결로 현상까지 막는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적절히 환기하지 않을 경우 실내 공기 오염이 10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을 골라 대기 순환이 잘 되는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 창문을 5~20㎝ 열고 자연 환기를 한다. 요리할 때는 환풍기나 팬 후드를 반드시 작동시킨다. 조리 후 공기에 떠다니다 바닥에 떨어진 미세먼지는 물걸레질로 닦아낸다.


환기 어렵다면 ‘필터’ 달아볼까


문제는 창문 밖 공기의 질이 더 나쁠 때다. 환경부가 권장하는 ‘하루 3번·30분 환기’를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실내 공기오염이 특히 심해지는 조리 후, 청소 후만이라도 3분 이내로 환기하는 게 좋다. 환기 후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을 물걸레로 닦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WE클리닉 원장은 “자연 환기는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최소한의 환기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문에 필터를 설치해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를 막을 수도 있다. 실제 이 필터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환기필터를 생산·공급하는 한 업체에 따르면 이 제품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최근 한 달 매출은 전 달 대비 8배나 증가했다.


미세표면 복제기술과 반영구적인 정전처리로 미세입자의 90.6%~99.8%가 걸러지는 동시에 통기량이 높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손쉽게 창틀에 탈·부착할 수 있고 3~6개월에 한 번씩 필터만 갈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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