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질병 알리는 신호탄

박정렬 기자 2017.03.07 08:36

틱 장애 환자 83%가 20대 미만…약물+행동치료로 치료 가능해

아이가 무심코 저지르는 행동이 때론 질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1초 남짓한 시간에 어깨를 으쓱대거나 '킁킁'하며 소리를 내는 행동도 그저 습관이 아닐지 모른다. 틱 장애(tic disorder)일 수 있어서다. 보통 학습이 처음 이루어지는 5~7세에 자주 발생하는 데, 이런 증상이 1년 이상 이어질 경우 만성화 돼 뚜렛 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뚜렛 증후군 절반은 주의력 결핍 등 동반해
별다른 이유나 목적 없이 갑작스런 행동과 음성을 내뱉을 때 틱 장애로 진단한다. 심리적인 위축,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유발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라면 보통 발달장애인 경우가 많다.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뇌의 감각운동 대뇌피질-선조체-시상-피질 회로 등의 신경회로 이상 때문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상은 크게 운동 틱과 음성 틱으로 나뉜다. 운동 틱은 머리를 흔들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서 신체의 위에서 시작된 증상이 아래 부분으로 이어진다. 물건을 던지거나 자신을 때리는 등의 복잡한 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음성 틱의 경우에는 킁킁거리거나 침 뱉는 소리를 내는 단순 증상부터 욕설이나 저속어 사용, 성적인 말이나 행동 등의 복합적인 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틱 장애가 나타나는 때는 10대 전후 소아청소년 시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령별 틱 장애 비율은 10대가 45.3%로 가장 많고 10대 미만 37.1%, 20대 8.7% 순이었다. 10명 중 8명(83%)이 20대 미만인 셈이다.

 

문제는 1년 이상 틱장애가 이어져 뚜렛 증후군으로 발전한 소아청소년의 경우, 절반 이상은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 강박적 행동, 적대적 반항 장애 등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뚜렛 증후군의 틱 증상은 아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각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다그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틱 증상을 억제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아이의 잘못된 습관이라 여기거나 일부러 하는 행동으로 오인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틱 증상 대체하는 '습관치환' 효과 커
틱 장애의 치료는 크게 약물과 비약물치료로 나뉜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약물 부작용이 크고, 다른 소아정신과 질환보다 틱 장애의 약물 치료효과도 큰 편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비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비약물치료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다. 특히, 이 중에서도 습관치환은 틱 증상의 치료에 가장 많이 연구된 행동치료 방법으로 꼽힌다.

 

습관 치환은 증상을 자각하고, 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선행감각을 알아차린 뒤 틱 증상에 신체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행동을 선택해 의도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104년 소아청소년정신의학에 실린 '틱장애 혹은 뚜렛장애의 비약물치료' 논문에 소개된 한 연구를 보면 평균 11.7세의 뚜렛 증후군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습관치환과 지지정신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틱 증상 점수(예일 틱 증상 평가척도)가 습관치환은 24.7점에서 17.7점으로, 지지정신치료는 24.6점에서 21.1점으로 줄었다. 이 연구에서 습관치환의 치료효과는 6개월까지 유지됐다.

 

이문수 교수는 “틱 장애는 가족과 사회적 적응을 중점으로 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아이의 틱 증상을 조기 발견했을 경우 증상을 스스로 치료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이나 행동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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