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에게 많던 '손목 건초염', 이제 젊은 남성 노린다

김진구 기자 2016.10.11 09:40

스마트폰 게임 즐기는 ‘엄지족’ 남성 늘면서 남성 환자 18% 증가

스마트폰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어플리케이션(앱)은 무엇일까. 정답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앱이 아닌 게임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게임을 즐길 때 한 번에 4분28초씩 하루 9.6회, 총 43분간 사용한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앱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인 39분 42초보다 높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대부분 20~30대 젊은 남성이다. 전체 게임 유저 가운데 88%가 남성이었다. 이용자 수로는 20대가 46%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손목 힘줄 파열 사례 보고

문제는 오랜 시간 게임에 집중하다가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손목이나 목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심지어 지난해 미국에선 모바일 게임을 즐기던 29세 남성이 엄지손가락 힘줄이 파열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8주간 모바일 게임에 매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처럼 힘줄이 파열될 정도는 아니어도 엄지손가락을 과도하게 이용해 스마트폰 게임을 즐긴다면 손목 건초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초염은 엄지손가락을 펼치게 하는 힘줄이 붓고 그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동탄시티병원 박정민 원장은 “엄지손가락을 펴게 하는 힘줄인 장무지외전근과 단무지신전근에 과도하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 힘줄 주변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며 “엄지손가락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집안일·육아만큼 손목에 무리 주는 스마트폰 사용

손목 건초염은 그동안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었다. 집안일과 육아로 손목 사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로 남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0년 47만명 수준이던 남성 환자는 지난해 55만8000명으로 18.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환자는 15.2% 늘었다.

손목 건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엄지손가락 쪽 손목의 통증이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젓가락질을 하거나 펜을 잡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물건을 잡기 힘들고 손목 저림이나 찌릿찌릿한 통증으로 발전한다.

치료도 비교적 간단하다. 과도한 사용이 원인이므로 원인이 된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쉬는 게 기본이다. 증상이 심한 편이라면 보조기 착용, 소염제 복용, 찜질, 물리치료로도 회복이 잘 된다.

박 원장은 “가장 좋은 건 걸리기 전 예방하는 것이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의 반복적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손을 앞으로 쭉 뻗고 다른 손으로 당기는 동작, 또는 기도하는 자세로 팔을 가지런히 모은 후 15초간 정지하는 동작이 손목의 유연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 손목건초염 자가진단법. 엄지손가락을 안에 넣은 상태로 주먹을 쥐고 사진과 같이 손목을 구부렸을 때 찌릿한 통증이 있다면 손목건초염으로 의심한다. [사진=동탄시티병원]

한편, 20~30대 목디스크 환자도 지난 2009년 이후 32%나 늘었는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과도하게 목을 숙이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목을 숙이는 각도는 30~45도. 이때 목뼈에 가해지는 하중은 30도일 때 18㎏, 45도일 때 22㎏에 달한다.

박 원장은 “목디스크 예방을 위해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책상이나 테이블에 의식적으로 팔꿈치를 대 눈높이를 맞추는 게 좋다”며 “장시간 사용 시엔 틈틈이 가볍게 목을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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