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경기하는 아이, 하루 2번 이상이면 '심각'

이민영 기자 2013.08.22 16:09

# 김진옥(32세, 여성)씨는 최근 돌이 막 지난 아들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아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들이 넘어져서 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이 얼굴을 봤더니 얼굴색이 파랗게 변했다.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당황해서 아이의 등을 세계 두드리기만 했다. 다행히 아이가 10여 초 후 다시 울음소리를 내면서 울기 시작했고, 얼굴색도 차츰 원래대로 돌아왔다. 

# 권희연(38세, 여성)씨는 지난 주 3살 된 아이가 잠을 못자고 보채기만해서 체온을 재봤더니 39도가 넘었다. 아이의 손발은 차갑고, 어느 순간 눈이 뒤집히고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했다. 가까운 응급실에서 해열제를 먹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니 괜찮아졌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엄마는 아기를 기르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다. 하지만 막상 아기를 낳고 나면 책에서 알려준 정보외의 다양한 돌발 상황에 접하게 된다.  잘 알고 있던 정보라 하더라고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무엇보다 부모는 미리 응급처치법을 숙지해 놓아야 한다.

4~5세가 지나면 없어지는, 호흡정지발작

호흡정지발작은 아이가 머리를 부딪치거나 넘어지거나 갑자기 놀랐을 때 호흡을 멈추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는 증상이다. 호흡을 멈추다 보니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거나 창백해지는 경우도 있다.

생후 6개월~3세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데, 위험한 물건을 쥐고 있어서 빼앗았다든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했을 때 기절을 해버리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뜻대로 못하면 큰 좌절감이 생기고, 이 좌절감과 분노가 기절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김성구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호흡정지발작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고, 대부분은 장애가 남지 않는다”며 “만약의 경우 이런 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심장 이상의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도폐쇄 시 응급처치 숙지해야

기도폐쇄는 음식물이나 장난감, 동전 등 이물질이 아이의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이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쌕쌕대는 소리가 나며 혈액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난다. 신속히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지만,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빼내려고 하면 오히려 막혀 있던 이물질을 기도 깊숙이 밀어 넣을 수 있으므로 기침을 유발시키는 방법이 좋다.

만 1세 이상의 유아라면 하임리히법(복부밀쳐올리기)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 등 뒤쪽에서 아이 다리를 약간 벌리게 한 뒤 복부 중앙 부위에 오른손 주먹을 대고 왼손으로 그 위를 세차게 밀쳐 올려 준다. 만 1세 이하의 영아는 등두드리기 흉부 밀어내기법을 시행한다. 한 손에 복부를 받쳐 안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 등을 밀쳐 올리듯 압박한다. 얼굴을 위로 향하도록 눕히고 검지와 중지를 모아 명치 바로 위쪽을 연속해서 압박한다. 복부 내 장기에 힘을 가해 횡격막이 기관을 압박하게 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기침을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도폐쇄가 지속되면 주요 장기가 손상돼 생명이 위험하거나 회복되더라고 치명적인 휴우증을 남길 수 있다. 아이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숨을 쉬지 못하면 이물질이 들어갔음을 의심하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수행하면서 가능한 빨리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누워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한 돌 이전의 영아는 구토를 할 때 기도를 막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고, 활동이 많은 2~4세 유아들은 평소 구슬, 바둑알, 동전 등을 입에 넣지 못하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소아 경련 발작의 30%는 뇌전증

소아 뇌전증은 간질성 발작이 소아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소아 간질이라고도 불린다. 짧은 시간 동안 의식을 잃고 멍한 상태가 되거나 몸의 일부가 떨리고 신체 일부분에 감각 이상이 오기도 한다. 또 구토를 하거나 땀을 흘리며 감각, 운동, 자율신경, 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아이가 발작을 일으킨다고 해서 무조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뇌는 발열, 감염 등의 자극에 취약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발작을 잘 일으킨다. 김성구 교수는 “모든 발작이 병은 아니며, 소아시기에 나타나는 발작 중 1/3만이 뇌전증”이라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스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고, 또 처음 진단 받은 소아 환자의 70~80%가 약물치료로 쉽게 치료되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에 대해 의사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알리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열성경련,  15분 넘기면 위험

열성경련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경련성 질환으로 주로 3개월에서 5세 사이에서 열과 함께 발생한다. 대개 감기나 기타 열이 나는 병에 걸려 열이 많이 날 때, 뇌에 다른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고열 때문에 경련을 일으킨다. 열성경련은 열이 많이 나거나 갑자기 오른 상태에서 아기가 의식이 없어지면서 눈이 돌아가고 손발을 약간씩 떨면서 뻣뻣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 경련은 5분 안에 끝난다. 열성경련 예후가 좋다. 아이가 열이 너무 심할 때는 좌약을 넣어주거나 시원한 물로 닦아주어 열을 떨어뜨린다. 의식이 없을 때는 아무 것도 먹이지 말고 좌약 해열제를 사용할 수 있다. 급한 마음에 들고 뛰다가 아이를 떨어뜨린다든지 이빨을 벌려 숨 쉬게 하려다 이빨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손을 따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경련 중 토하는 경우도 있고 가래나 분비물이 생겨 기도에 흡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때는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옆으로 뉘어 관찰하면 된다.

경련 시간이 15분 이상 지속되면 위험하다. 하루에 2번 이상 발생하거나, 경련이후 깨어나도 엄마 아빠를 몰라보거나 성격이 바뀌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등 의식장애가 있으면 즉시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여 진찰을 받도록 한다. 이런 경우는 열성경련이 아니라 뇌염이나 수막염 등에 의한 경련 가능성이 크므로 빠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한다. 김성구 교수는 “어린 아이에게 손상이 발생한 경우 부모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최대한 아이를 안심시킨 다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황 파악 후 1339나 119에 연락해 응급처치 상담을 받은 후 필요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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