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고르기

장치선 기자 2012.07.09 11:03

몸에 맞지 않으면 차라리 타지 마라

 

   
 


MTB는 ‘지프’, 미니벨로는 ‘소형세단’

   
 
자전거를 자동차에 빗댄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MTB는 ‘지프 또는 RV’, 로드는 ‘스포츠카’, 미니벨로는 ‘소형세단’, 하이브리드는 ‘세단’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거칠게 달리면서 환호성을 지르려면 MTB를,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시원하게 질주하려면 로드바이크를 선택하자. 가끔 출퇴근도 하고 주말에 하이킹을 즐기려면 하이브리드가 좋다.
특히 컬러풀한 자전거를 원하면 하이브리드에서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큰 자전거가 부담스러우면 미니벨로, 혹은 접는 자전거인 폴딩을 고르자.
미니벨로 중에서도 로드에 버금가는 속도를 원한다면 날렵한 ‘미니 스프린터’를 찾으면 된다. 폴딩은 접어서 보관하기 쉽게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가지만, 무겁고 느린 단점이 있다.
가격•품질 측면에서 동네 자전거 숍 앞에 늘어놓은 10만~20만 원대 자전거를 보통 ‘생활자전거’라고 한다. 등•하교 등의 짧은 주행에는 적당하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려면 좀 더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로드바이크 vs MTB 자전거

   
 
보통 5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입문용 고급자전거의 주종은 로드바이크와 MTB다. 자전거 도로 사정이 좋아진 요즘 로드의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산악과 구릉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선 MTB의 인기도 여전하다.
로드와 MTB의 극명한 차이는 타이어의 두께(또는 높이)와 충격 완충기(서스펜션) 유무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타이어가 굵으면 안전하다’는 선입견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타이어 규격은 높이와 폭의 두 가지 기준으로 따지는데, 한마디로 숫자가 높을수록 굵다. 일반적으로 MTB는 높이 기준으로 48~55mm(1.9~2.3인치), 로드는 폭 기준으로 18~23mm 규격의 타이어를 쓴다. 미니벨로는 로드와 유사하고, 하이브리드는 MTB와 로드의 중간이다.
주로 MTB에 쓰이는 큰 타이어는 바닥 접지면이 넓어 브레이크가 잘 들지만, 그만큼 저항도 높아 속도를 내는 데 힘이 많이 든다. 로드에 쓰이는 얇은 타이어는 적은 힘으로 빠르게 주행하는 데 유리하지만 빗길에 잘 미끄러지고 불규칙한 노면에서 펑크가 날 확률이 높다.
완충기의 역할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흡수해 주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 비포장 길에서 특히 요긴하다. 반면, 완충기가 달린 자전거는 속도가 느리다. 페달에 가해진 힘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쓰여져야 하는데 이를 완충장치가 흡수해 버리기 때문이다. 빨리 달리고 싶으면 완충기가 없는 게 좋다. 로드바이크에 서스펜션이 없는 이유다.
MTB에는 앞바퀴에만 서스펜션을 단 하드테일(뒷바퀴에 서스펜션이 없어 딱딱하다는 뜻)이 주류지만, 앞뒤로 서스펜션이 장착된 풀 서스펜션도 있다. 풀 서스펜션 MTB는 그만큼 속도가 느린데, 이는 이른바 바빙(Bobbing) 현상 때문이다. 바빙은 앞뒤 서스펜션으로 인해 자전거가 ‘꿀렁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고급 MTB 중에는 뒤 서스펜션이 작동하지 않다가 울퉁불퉁한 길에서만 작동하는 제품도 있다.

 

내 몸에 맞는 자전거 고르기

몸에 맞지 않으면 타지 않는 게 낫다. 남을 주거나 버려도 좋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전거가 몸에 맞는지는 프레임•크랭크암•싯포스트•스템•안장•핸들바 순으로 살펴보는데, 일반인이 각 부품 규격에 관한 지식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 중 딱 한 가지를 최우선으로 꼽으라면 자전거 차체인 프레임 사이즈다. 내 몸에 맞는 프레임을 고르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전거를 사러 가기 전에 팔•인심(inseam)•상체의 세 가지 길이를 잰 뒤 주어진 공식을 적용해 ‘유효 탑튜브’와 ‘유효 시트튜브’의 길이를 계산하자. 이 두 가지를 알면 몸에 맞는 프레임을 고를 수 있다.
팔 길이는 팔을 45도 각도로 벌린 상태에서 어깨뼈에서 새끼손가락 쪽 손목뼈까지 재면 된다. 인심은 신발을 벗고 어깨넓이로 발을 벌린 상태에서 바닥부터 가랑이까지 재는데, 이때 책을 가랑이 사이에 최대한 밀착해 끼워서 책의 윗부분까지 측정한다. 자전거 안장에 앉으면 골반 아래 살점이 눌리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상체 길이는 목과 늑골의 중간 지점에서 인심의 상단까지를 말한다.
유효 탑튜브와 시트튜브 길이를 계산했으면, 선택한 자전거의 지오메트리(geometry)와 비교해보자. 지오메트리는 프레임의 사이즈와 성격을 수치화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표현한 표를 말한다. 생활자전거는 한국인 남성의 평균 신장을 고려한 지오메트리를 반영해 단일 사이즈의 제품만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급자전거는 사이즈가 다양하다. 따라서 선택한 프레임의 지오메트리에 적혀 있는 유휴 튜브 길이가 본인이 측정한 길이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 그림의 유효 탑튜브 공식에서 레저용으로 즐기려면 0.47을 곱하고, 레이싱으로 타려면 0.5를 곱한다. 키가 작으면 시트튜브 공식에서 36에 가까운 수를, 크면 42에 가까운 수를 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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