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는 환절기에는 심혈관 질환 발병이 증가한다. 그중 하나가 심근경색이다. 특히 심근경색은 제때 적절하게 치료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커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남베드로병원 심장내과 김경수 원장은 "심근경색은 국내 질환 중 사망 원인 2위이자 돌연사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며 "초기 사망률이 30% 이상인 데다 치료 시에도 병원 내 사망률이 5~10%에 이를 정도로 위험도가 커 질환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는 게 좋다"고 했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에 막히고 이에 따라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괴사하고 심장마비, 심정지까지 이어지는 질환이다. 협심증과 비슷한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두 병은 기전에서 차이를 보인다. 협심증은 동맥 혈관이 75~90% 수준으로 좁아져 심장 내 혈액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증상이다. 반면 심근경색은 혈전이 혈관을 막아 혈액을 완전히 차단한다. 이 탓에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장 근육의 괴사까지 발생한다.
심근경색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날 수 있다. 평소 혈관이 깨끗하고 심전도 결과가 정상이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큰 혈전이 생기면 급성 심근경색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후도 좋지 않은 편이다. 회복하더라도 첫 1년간은 재발 위험이 있다. 재발 시 사망률은 최대 85%. 최초 심근경색 당시 겪는 심장 근육의 손상과 후유증 탓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발빠른 대처다. 골든타임 안에 증상을 파악하고 응급조치를 취한 뒤 최대한 빠르게 막힌 혈관을 개통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근경색의 증상을 평소에 잘 알아 두고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근경색의 가장 흔한 증세는 가슴 전체를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해도 통증이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체한 것처럼 속이 더부룩하거나 목과 턱, 어깨, 왼쪽 팔까지 이어지는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작은 신호라도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며 "증상의 강도가 세지면 즉시 병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 심근 효소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등 전문 검사를 받고 치료를 진행하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가능한 한 빠르게 혈관을 다시 뚫어주는 재관류 치료다. 가장 보편적으로는 합금 철망으로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 시술 등 관상동맥 성형술을 적용한다. 협착이 심해 효과가 없다면 다른 곳에서 여분의 건강한 혈관을 잘라 와 덧대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진행한다. 스텐트 삽입 시술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하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은 수술에 해당하며 전신마취 후 이뤄진다. 이후 증상에 따라 약물·비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심근경색의 위험 요인은 뭘까. 고지혈증·고혈압·당뇨 같은 질환과 흡연, 운동 부족, 고지방 섭취 식습관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저염식, 저지방식으로 식사하고 금연하는 등 생활습관만 바로잡아도 심근경색의 위험을 크게 낮추는 데 도움된다. 또 심근경색 고위험군에 해당할 경우 심혈관 건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원장은 "심근경색은 기전 상 예측과 대비가 거의 불가능하나 증상을 미리 숙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면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근경색 발병 위험 요인을 예방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혈관 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게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방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