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막으려 여성 청결제로 씻는다? '질염 지름길' 일 수 있어요

정심교 기자 2022.10.14 14:29

#178 여성 청결제 제대로 사용하기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최근 여성 청결제로 ‘Y존’을 깨끗이 관리하려는 여성이 급증했습니다. 냄새를 없애면서 생리 전후 쾌적함을 유지하는 목적이 큰데요. 이 같은 수요에 따라 국내 여성 청결제 시장은 2014년 237억원에서 2018년 517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여성 소비자가 여성 청결제를 잘못 사용하면서 되레 질염 같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습니다. 이번 약 이야기에서는 여성 청결제 고르는 법과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여성의 외음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질 같은 내부 생식기를 보호하며, 성 기능과 관련해서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고 윤활액을 분비하는 기관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성 청결제를 사용해야 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항문 표면에 있는 상재균을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여성의 외음부는 구조상 질·요도 입구가 항문에서 가까운데요. 항문의 상재균이 질·요도에 침범하면 방광염·질염 등 염증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균·냄새 없애고 산도 균형 맞춰
둘째는 질 입구의 pH 산도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시중의 바디워시나 비누로 외음부를 씻을 때 ‘맵다’ ‘따갑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은데요. 이는 이들 제품 사용으로 인해 외음부의 pH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질과 외음부는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pH 4.5 정도의 약한 산성을 유지합니다. 이는 질 내 분비되는 락틱애씨드(젖산)가 pH 산도를 4~4.5의 약산성으로 맞추기 때문입니다. 락틱애씨드는 질 내 세균 증가를 억제해 질염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시중의 바디워시 같은 세정제 상당수는 알칼리성을 띱니다. 따라서 알칼리성 세정제를 외음부에 사용하면 외음부가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pH 균형이 무너지면 유해균이 증가하고 질염 같은 감염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약산성이면서 화학 성분 없는 제품 골라야
여성 청결제를 고를 때 우선 pH 산도가 4~5가량의 약산성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외음부의 산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자극 제품인지도 살펴야 합니다. 외음부의 피부는 다른 피부보다 민감하며 신체 다른 부위보다 외부 물질의 침투력이 높습니다. 실제로 외음부 바깥의 치골·대음순은 ‘각화성 상피’로, 팔뚝 피부보다 습해 외부 물질의 피부 흡수율이 6배 더 높으며 외음부 안쪽 점막은 다른 부위 피부보다 피부 흡수율이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청결제 제품을 선택할 때 피해야 할 성분이 있습니다. 첫째, 합성 향료입니다. 일부 여성 청결제는 광고에서 ‘좋은 향’을 내세우는데요. 합성 향료 성분 대부분은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염증·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만약 합성 향료가 이곳을 침투하면 두통, 가려움증, 피부 발진, 색소 침착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입니다. 이 성분은 화학 계면활성제로 세척력이 우수해 다수의 화장품 원료에 들어가지만 ‘Y존’ 같은 민감한 피부에는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트리클로산·트리클로카르반입니다. 이들 성분은 살균에 효과적이어서 비누, 치약, 구강 청결제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피부에 직접 닿으면 폐,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 있습니다.
 
넷째, 페녹시·에탄올입니다. 이들 성분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파라벤의 대안으로 등장한 방부제입니다. 하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에선 제한적으로만 사용됩니다.
 

외음부 청결을 위해 여성 청결제를 샀지만 잘못 사용하면 되레 질염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여성 청결제를 질 세정제와 착각해 질 안까지 넣어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여성 청결제와 질 세정제를 구분하지 못해 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성 청결제는 질 세정제와 어떻게 다를까요.
 
여성 청결제는 외음부 전용 세정제로, 생식기 바깥 피부의 세정에 활용하는 제품입니다. ‘외음부 세정제’로도 불리는 이유입니다. 여성 청결제는 기존에 의약외품으로 분류했다가 2010년 화장품으로 변경됐습니다. 반면 질 세정제는 질 안쪽 곰팡이나 병원성 세균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일반의약품으로 질 내부에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질 세정제와 달리 여성 청결제는 살균이나 감염 예방·치료 목적의 의약품이 아닙니다. 따라서 외음부 전용으로 개발된 여성 청결제를 임의로 질 내부에 삽입해 씻는 행위는 금물입니다. 만약 질염을 에방하기 위해 여성 청결제로 질 내부까지 닦으면 질 내 유익균이 제거돼 질 내부가 건조해지고, 결국 점막에 상처를 내기 쉬워 질염 발생에 취약해집니다. 결국 질염을 부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의약품이 아닌 여성 청결제에 대해 마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낸 과대광고도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여성청결제 제품의 온라인 광고와 관련해 질염, 항염, 질 건조, 피부 재생 등 의학적 효능·효과를 내세웠거나(77건) 병원에서 추천한다는 내용(2건), 성생활에 도움된다는 문구(1건) 등 80건이 허위·과대광고로 적발됐습니다. 이들 제품은 ‘항염·항균 작용’ ‘간지러움 완화’ ‘살균 효과’ 같은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청결제를 사용할 떈 앞에서 뒤쪽으로 닦아내는 게 좋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닦으면 항문 상재균이 질구·요도구까지 옮겨와 질염·방광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따뜻한 물과 함께 사용하도록 합니다. 찬물로 씻으면 외음부의 스메그마가 잘 굳기 때문입니다. 외음부를 씻은 후엔 완전하게 말려야 질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질염 증상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라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도록 합니다. 여성 청결제는 질염의 예방·치료 목적의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움말: 엄정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승호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진규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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