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방에 멍울이 잡혀 걱정인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몇 해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가슴에 뭔가 있다는 의심 소견을 받았지만, 치밀 유방이라 판단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들었지만 가슴을 위아래로 누르는데 너무 통증이 심해서 다시 검사를 받기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가슴을 만지는데 뭔가 만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걱정이 되서 유방을 전문으로 하는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대기가 워낙 길어 3~4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유방암이 걱정되지만 또 판정이 보류되면 어떻해야 하나요.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명지병원 외과 김완성 교수의 조언
유방에 멍울이 잡히는 증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유방암 검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내원해야 합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한 해에만 2만 여명 이상이 새롭게 유방암으로 진단받습니다. 특히 35세 이상부터 64세 이하 여성은 여러 암중에서 유방암 발병 위험이 제일 높습니다. 유방암이 의심되는 상황인만큼 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암은 빨리 발견·치료할수록 생존율이 높아집니다. 유방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이 상피에만 국한된 유방암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8% 이상이지만 유방에서 폐나 뼈·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라면 34%로 뚝 떨어집니다.
그런데 유방암 검진을 받아도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존재합니다. 바로 판정 보류입니다. 특히 한국 여성 상당수는 조언을 드리는 분처럼 유방의 크기가 작고 유선 조직이 치밀한 치밀유방이 80~90%입니다. 유선의 밀도가 높은 치밀 유방은 유방 X선 촬영 이미지에서 종양이 유방 조직에 가려져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가 빽빽한 숲에 숨어있는 사람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 매년 유방암 국가암검진을 받은 여성 10명 중 1명꼴로 판정 유보 소견을 받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건강검진통계연보(2020)에서도 유방암 검진을 받은 여성의 11%(약 40만 여명)은 판정을 유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적지않은 수입니다. 이때는 유방X선 촬영 검사만으로는 유방암 판정이 어려워 유방초음파·유방MRI·조직검사 등 고가의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역시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의 정확도가 달라진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최근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효성을 인정받은 유방암 혈액검사 마스토체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마스토체크는 혈액 속에서 유방암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3종류의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정량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방식으로 유방암을 진단합니다. 유방 X선 이미지는 판독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유방암 혈액 검사는 결과 편차 없이 일정한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판정 보류가 존재하는 유방 X선 촬영의 한계를 비용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검사법입니다. 추가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줄여주고, 아프고 복잡한 유방 촬영 검사와 달리 혈액만 간단하게 채취하면 됩니다. 치밀 유방이라면 명확한 판정을 위해 처음부터 유방 X선 촬영과 마스토체크 유방암 혈액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0기 유방암을 발견한 경우도 있습니다.
유방 X선 촬영과 마스토체크 유방암 혈액검사를 병행하면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임상 연구 결과 치밀 유방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X선 촬영과 마스토체크 유방암 혈액 검사를 병행했더니 양성 판별률이 93%로 유방X선 촬영만 단독으로 했을 때(59.2%)보다 확실하게 높았습니다. 판정을 보류하지 않고 확실하게 유방암 유무를 확인해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외에도 방사선 노출 등으로 유방X선 촬영을 꺼리는 2030 가임기 여성도 유방암 혈액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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