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택병원,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Dr. LCT' 완성…첫 수술 성공

정심교 기자 2021.07.23 15:09

"수입산 '로보닥'보다 축 2개 더 많아 절삭 정확도·안정성 높아"

의료용 로봇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했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미미했다. 수술용 로봇 시장은 더욱 그랬다. 수술용 로봇의 성능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충분한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자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미 해외 대기업이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은 의료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기를 꺼렸다. 의료용 로봇 개발에 뛰어든 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이유다. 여기에 기존에 보편화한 수입산 로봇 '로보닥'은 외국인의 체형에 맞게 설계된 데다 사용할 때도 불편한 점이 뒤따랐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수입 제품의 성능을 능가하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이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돼 눈길을 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이춘택병원은 최근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Dr. LCT(닥터 엘씨티)’를 완성하고, 지난달 17일 이 로봇을 활용한 첫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춘택병원이 2002년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ROBODOC(로보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수술에 성공한 지 1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 병원은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해 임상데이터를 쌓아왔다. 이 때문에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윤성환 이춘택병원 병원장이 13일 이 병원에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닥터 엘씨티'를 이용해 대퇴골 모형 뼈를 깎고 있다. [사진 정심교 기자]  

이춘택병원 윤성환 병원장은 지난 13일 이 병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춘택병원의 로봇수술은 풍부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새롭게 개발한 '닥터 엘씨티'를 이용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로봇의 이름은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을 도입한 고(故)이춘택 전 병원장의 영문 앞 글자(L.C.T)를 따 지었다. 이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로봇 연구소인 이춘택의료연구소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닥터 엘씨티'에 대해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의 제조 허가'를 받았다. '닥터 엘씨티'는 의료기기 품목의 3등급 의료기기 제조허가도 획득했다. 또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GMP) 인증을 받아 로봇수술 기기의 제품화에 필요한 모든 허가 절차를 마쳤다.
 
5축→7축, 더 세밀하게 움직여

'닥터 엘씨티'는 이춘택병원이 20년 가까이 쌓은 수술 임상데이터 약 1만5000건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의사와 로봇 연구진의 소통을 통해 로봇의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 수술 시 의사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환자에게 유리한 수술 과정은 뭔지를 먼저 생각해 보다 빠르고 안전하면서 간단한 수술 과정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춘택병원 이춘택의료연구소가 13일 공개한 '닥터 엘씨티'. [사진 정심교 기자]

그 예로, 기존에 사용하던 수술용 로봇 ‘로보닥(ROBODOC)’은 로봇 팔의 축이 5개인데 반해 '닥터 엘씨티'는 7개다. 이로 인해 수술 과정에서 보다 자유롭고 세밀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제한된 공간에서 기존의 다섯 축으로는 접근하지 못했던 수술 부위까지 절삭이 원활해져 최소침습수술(MIS)에 특화한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 팔이 기존보다 정밀해지면서 절삭 오차를 줄였고, 더 강한 힘으로 절삭 능력을 높였다. 윤 병원장은 "로봇 팔은 축이 하나만 추가돼도 동작의 활동 범위가 눈에 띄게 넓어지는데, 7개 축을 가진 닥터 엘씨티는 축의 개수가 국내 로봇 팔 가운데 최다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 뼈를 자르는 정확도는 높이고 기존 로봇 팔의 불필요한 동작은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닥터 엘씨티'는 다중 센서를 기반으로 안정성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수술의 정밀도·정확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한 소프트웨어로 수술 계획 수립부터 실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아졌다. 이건아 이춘택의료연구소 대표는 "고(故) 이춘택 병원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로보닥 도입 후 순수 국내 기술로 새 버전의 수술용 로봇을 선보인 것"이라며 "그간 쌓은 임상 노하우를 토대로 구현한 신기술로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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