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수입 제품의 성능을 능가하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이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돼 눈길을 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이춘택병원은 최근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Dr. LCT(닥터 엘씨티)’를 완성하고, 지난달 17일 이 로봇을 활용한 첫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춘택병원이 2002년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ROBODOC(로보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수술에 성공한 지 19년 만에 이룬 쾌거다. 이 병원은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해 임상데이터를 쌓아왔다. 이 때문에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로봇의 이름은 국내 최초로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을 도입한 고(故)이춘택 전 병원장의 영문 앞 글자(L.C.T)를 따 지었다. 이 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로봇 연구소인 이춘택의료연구소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닥터 엘씨티'에 대해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동화 시스템 로봇수술기의 제조 허가'를 받았다. '닥터 엘씨티'는 의료기기 품목의 3등급 의료기기 제조허가도 획득했다. 또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GMP) 인증을 받아 로봇수술 기기의 제품화에 필요한 모든 허가 절차를 마쳤다.
5축→7축, 더 세밀하게 움직여
'닥터 엘씨티'는 이춘택병원이 20년 가까이 쌓은 수술 임상데이터 약 1만5000건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의사와 로봇 연구진의 소통을 통해 로봇의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 수술 시 의사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환자에게 유리한 수술 과정은 뭔지를 먼저 생각해 보다 빠르고 안전하면서 간단한 수술 과정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닥터 엘씨티'는 다중 센서를 기반으로 안정성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수술의 정밀도·정확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한 소프트웨어로 수술 계획 수립부터 실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짧아졌다. 이건아 이춘택의료연구소 대표는 "고(故) 이춘택 병원장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로보닥 도입 후 순수 국내 기술로 새 버전의 수술용 로봇을 선보인 것"이라며 "그간 쌓은 임상 노하우를 토대로 구현한 신기술로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