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다발골수종 CAR-T로 치료…생존 기간 연장 기대”

권선미 기자 2021.06.11 08:51

[J인터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

다발골수종은 림프종·백혈병과 함께 3대 혈액암이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하는 병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등 치료를 해도 반복적으로 재발해 난치병으로 악명이 높다. 평균 발병 연령이 67세로 고령인 데다 잘 낫지 않아 치료를 포기하기 쉽다. 최근엔 내 몸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 공격력을 강화한 CAR-T 치료를 다발골수종에도 적용한다. 아직 한국에는 허가되지 않았지만, 이미 글로벌에서는 다발골수종 CAR-T 치료제도 나왔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한국도 다발골수종 CAR-T치료제의 글로벌 3상 임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달 국내 첫 다발골수종 CAR-T 치료도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한국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 교수에게 다발골수종 치료 분야에서 CAR-T치료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Q1.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CAR-T치료제는 어떤 의미인가.


“삶의 질 개선이다. 다발골수종은 처음 진단 받았을 때와 말기로 진행했을 때 질병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다발골수종 말기에는 혈액이 덩어리져 뼈를 압박한다. 암세포가 뼈로 침범하면서 병적 골절로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게다가 잦은 재발로 치료할수록 약효가 떨어져 통증도 극심해진다. 고령의 환자가 이를 견디긴 힘들다. 다발골수종 환자의 15%는 재발 고위험군이다. 이들에게 CAR-T치료제를 투약하면 상당 기간 편안한 상태로 지낼 수 있다. 최근엔 선제적 투약으로 생존 기간이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 다발골수종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2. 국내 다발골수종 CAR-T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얀센에서 개발하는 CAR-T치료제의 효과를 살펴보는 글로벌 3상 임상이다. 다발골수종 CAR-T치료로는 국내 첫 사례다. 재발한 2~4차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표준법과 얀센의 CAR-T 치료제 효과를 비교한다. 한국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 등 3개 대학병원이 참여한다. 최근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얀센의 CAR-T치료제는 4번 이상 치료에 실패해 재발한 다발골수종 환자도 2년 이상 악화하지 않고 유지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다발골수종 CAR-T치료제 중에서는 가장 좋은 치료 성적이다.”

Q3.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다발골수종 CAR-T치료가 이뤄진다고 들었다. 

“그렇다. 현재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미국에 위치한 얀센 CAR-T치료제 제조 공장으로 보냈다. 다음 주인 6월 2주차에 유전자 조작을 거친 CAR-T 치료제가 다시 한국에 도착해 곧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중에서는 첫 CAR-T 치료다. 개인적으로도 차세대 혈액암 치료로 주목받는 CAR-T 치료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의미가 깊다. 이번에 진행하는 임상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단위로 진행한다. 이르면 일부 데이터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Q4. CAR-T 치료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CAR-T치료제는 일반 항암 치료제와 달리 특별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내 몸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로 CAR-T 치료제를 만든다. 의료진이 CAR-T 치료제를 처방해도 즉각적인 투약이 어렵다. 처방 때 제조를 위한 준비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다발골수종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동결한 다음 제약사의 CAR-T 치료제 제조 시설로 보낸다. 이 곳에서 CAR 유전자를 조작하고 세포를 배양해 제품화한다. 이 기간이 6주 정도 걸린다. CAR-T 치료제가 만들어지는 동안 실제 투약을 위한 준비도 병행한다. 항암 치료를 통해 환자의 림프구를 고갈시킨다.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골수 이식때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림프구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CAR-T 치료제를 투약하면 림프구가 조작된 CAR-T 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CAR-T 치료제 투약 후에는 사이토카인 증후군, 신경 독성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일정 기간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Q5. 다발골수종에서 CAR-T의 치료 성적은 어떤가.

“완치는 어렵지만 그래도 긍정적이다. 현재까지 다발골수종의 CAR-T 치료는 적어도 4번 이상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항 CD38 단일클론 항체 등을 포함한 네 가지 이상의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전신 상태가 불량한데도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물론 림프종·백혈병 같은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제를 투여하면 약 30~40%는 완치를 기대하는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결과이긴 하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병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Q6. 다발골수종으로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CAR-T 치료제를 써도 되나.


“이번에 진행하는 임상의 주제다. 다발골수종은 반복적 재발이 특징이다. 여러 번 재발하면서 전신 상태가 나빠진다. 기존 임상에서는 4번 이상 실패한 사람에게 CAR-T 치료제를 썼지만 이번엔 두 가지 약제에서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CAR-T 치료를 시도한다. 아무래도 전신 상태가 더 좋으니 CAR-T 치료 효과도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에는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으면 CAR-T치료제를 1차 치료로 쓰는 임상도 진행될 예정이다.”

Q7. 마지막으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발골수종은 최근 20년 동안 빠르게 치료 환경이 변하고 있다.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연구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 CAR-T 치료제 등을 비롯해 새로운 다발골수종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노력하겠다. 고가의 치료비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정부와 회사·의료진이 허가 전부터 미리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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