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량 많은 금연 첫 시도자, 단번에 말고 서서히 끊길

권선미 기자 2021.05.31 13:40

금연 성공률 높이는 전략

담배는 애인에게 비유된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수록 헤어지기 어렵다. 연초 굳은 의지로 금연 계획을 세워도 술에 취해 문득 생각나서, 힘들 때 기댈 곳이 필요해서, 도저히 참기 어려워서 물거품이 된다. 금연에 실패했다고 자신의 의지를 탓하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인내하며 견디는 것만으로는 금연에 성공하기 힘들다. 자신의 의지로 1년 동안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5%로 낮다.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계기로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소개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금연 성공률을 조금이나마 높이려면 전략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니코틴 의존도를 알아야 한다. 담배는 크게 서서히 끊는 방법과 단 번에 끊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느 방법이든 금연 성공률은 비슷하다. 흡연 습관에 따라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대개 니코틴 의존도가 높고 금연 자신감이 낮다면 서서히 끊는 것을 권한다. 흡연량이 많거나 흡연 기간이 긴 사람, 나이 든사람, 금연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 등이 해당한다.  

그 다음은 금연 시작일을 정한다. 생각만 하고 실행을 늦추면 그만큼 실패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금연을 마음먹은 날을 기점으로 2주 이내 금연 시작일을 결정한다. 실행 하루 전날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 관련 물품은 모두 정리한다. 또 담배가 생각나는 술자리나 회식 등 일정은 가급적 잡지 않는다.  

전문적인 금연 약물치료도 고려한다. 챔픽스 등 금연 치료제는 뇌의 도파민 부비를 도와 흡연 욕구를 줄인다. 가짜 약과 비교해 금연 성공률이 2.27배 높다고 보고됐다. 그만큼 금연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가정의학과·호흡기내과 등에서 금연 상담을 받고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치료를 충실히 받는다면 약값을 포함한 금연 치료비용을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금연에 실패해도 1년을 기준으로 3회까지 금연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1회를 기준으로 최대 12주까지 먹는 금연약 등을 처방받을 수 있다.

담배를 대신할 대안을 미리 찾는 것도 좋다. 담배가 피우고 싶을 때 향긋한 차를 마시거나 친구와 통화하는 등 기분을 전환해줄 행동을 찾아서 실천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담배가 생각나는 것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간혹 담배를 끊고서 머는 것으로 대체했다 체중이 늘기도 한다. 가급적 운동이나 사회적인 활동으로 흡연욕구를 줄인다. 

금연에 실패했어도 또 도전한다. 담배는 첫 시도에 끊기 어렵다. 지난 시도에서 왜 금연에 실패했는지부터 살펴본다. 담배는 그 자체로 중독이다. 니코틴에 의존하다가 갑자기 담배를 끊으면 심리적으로 초조·불안·우울한 금단 증상을 겪는다. 금연 후 3~7일째 금연에 실패한 사람이 가장 많은 이유다. 또 화장실 갈때, 식사 후에, 술을 마실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등 항상 담배를 피우던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하고 실천한다.  

궐련형 전자담배, 금연에 도움 안 돼
금단증상 관리도 중요하다. 담배를 끊으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금단증상은 3분만 참으면 사라진다. 대개 금연 시작한 지 3일째 최고조에 이르고, 4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금단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호흡을 하거나 물을 마시는게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에 목욕·샤워를 하거나 가벼운 산책도 니코틴 갈망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니코틴 보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금단증상이 심할 때 일시적으로 니코틴 패치·껌·사탕 등으로 니코틴을 공급해 금연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패치는 일정시간 혈중 니코틴 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지속형이고, 껌·사탕은 짧은 시간에 빠르게 니코틴이 발효되는 속효성이다. 금단증상 완화 효과는 종류마다 큰 차이가 없다. 처음엔 고용량을 사용하다 점차 용량을 줄여 나간다. 개인별로 중독 정도·흡연습관에 따라 사용법에 차이가 있다. 3개월 정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날 때 니코틴 금단증상이 심하다면 야간에도 니코틴이 공급되는 24시간 제형을, 밤에 니코틴으로 불면증이 생기면 이보다 적은 용량을 사용하는 식이다.

참고로 궐련형 담배는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 연구팀이 구개 청소년을 대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경험자 비율과 실제 금연과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흡연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은 오히려 일반담배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중복으로 사용하는 다중담배 사용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금연 성공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종류의 담배를 중복 사용하는 청소년이 금연을 시도하는 비율은 일반담배만 피우는 청소년보다 높았지만, 실제 금연시도에 성공한 비율은 낮았다.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모두 사용한 경험이 있는 3종 담배 사용 청소년은 일반담배만 피우는 청소년에 비해 지난 1년간 금연 시도를 한 확률이 48% 높았다. 하지만 현재 3종 담배 모두 사용하는 청소년이 금연할 확률은 일반담배만 피운 청소년이 금연할 확률의 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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