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디자인해 퇴행성 관절염 정밀 치료

권선미 기자 2021.05.03 09:17

[병원 탐방] 연세사랑병원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고령층 건강의 복병이다.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 연골이 모두 닳으면 뼈와 뼈가 부딪쳐 생기는통증으로 두 다리로 걷기 어려워진다. 이때는 망가진 무릎관절을 깎아낸 다음 이를 대체할 인공관절을 끼워 넣어야 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연세사랑병원은 3D프린터를 활용한 개인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로 퇴행성 관절염 치료를 선도한다. 손상된 무릎관절에 최적화한 수술 도구로 수술 정확도를 극대화한다. 최근엔 인공관절 자체도 개인맞춤형 디자인을 적용해 자연스러운 무릎 운동성 복원을 추구한다. 내 무릎의 크기·생김새·손상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치료 만족도를 끌어올린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사람마다 다른 관절 손상 상태를 파악해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연세사랑병원 한준우 과장, 고용곤 병원장, 정재현 과장(왼쪽부터)이 3D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정교함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울퉁불퉁 닳은 무릎뼈를 오차 없이 절삭하고, 엉덩이뼈인 고관절과 무릎·발목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맞춰 인공관절을 잘 넣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로보닥 등으로 다리뼈만 잘 맞추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임상적으로는 수술이 잘 마무리돼 통증은 없지만 무릎을 구부리고 펴면서 움직일 때 뻑뻑해 운동성 회복에는 차이가 보였다. 이를 보완한 것이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해부학적 기준이 아닌 환자의 생체역학적 구조를 반영한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디자인으로 편안하게 무릎을 구부리고 펴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리 중심축 정렬하는 정확도 높여
 
연세사랑병원에서 시행하는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3D시뮬레이션·3D프린터 같은 첨단 공학기술이 접목된 치료법이다.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 상태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다. 이후 관련 정보를 3D프린터로 전송해 모형을 출력, 닳아 없어진 연골 두께와 모양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를 통해 ▶무릎관절은 어떻게 절삭할지 ▶엉덩이·무릎·발목 관절 등 정렬은 어떤 각도로 맞출지 ▶어떤 인공관절 디자인이 가장 적합할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계획적 수술로 오차 범위를 최소화한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에 사용하는 도구를 직접 출력·제작해 사용한다. 일종의 맞춤형 수술 도구다. 정재현 과장은 “망가진 무릎 연골의 위치·각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계를 정비할 때 부품 크기에 맞는 공구를 사용해야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듯이 맞춤형 수술 도구로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만일 삽입한 인공관절의 각도가 미묘하게 어긋나면 하체 정렬이 틀어져 체중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는다. 인공관절이 한쪽으로만 집중적으로 마모돼 결국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3D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장점은 뚜렷하다. 높은 수술 정확도로 인공관절 내구성을 늘리면서 수술 후 무릎 가동성을 크게 개선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질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치료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 170명을 대상으로 무릎 인공관절의 수술 방식에 따라 하체 정렬 정확도가 일치한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3D 맞춤형으로 수술한 그룹은 94.3%가 하체 정렬이 정확히 맞았다. 반면에 기존 방식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그룹은 그 비율이 74%에 불과했다.
 
한국인에게 딱 맞는 인공관절 개발
 
최근엔 표준 체형에 따라 미리 제작한 인공관절을 내 무릎 상태에 맞춘 제품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말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손상된 무릎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사람마다 제각각 특징을 갖고 있다. 예컨대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 같은 좌식 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은 무릎관절의 중심이 빨리 닳는다. 생활 습관에 따라 많이 쓴 부위는 더 빠르게 닳아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연세사랑병원은 무릎 위에 위치한 뼈인 대퇴골뿐 아니라 아래쪽 무릎뼈인 경골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디자인해 제작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경환 박사 공동 연구팀이 3년 동안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국인에게 맞게 최적화했다. 완전한 개인 맞춤 인공관절 수술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한준우 과장은 “내 무릎 상태를 반영한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삽입하면 무릎을 안정적으로 구부리고 펼 수 있어 활동하기 쉽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인공관절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를 세분화해 환자에게 맞게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인공관절을 제작한다. 국내에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5~7년 전부터 상용화됐다. 연세사랑병원은 이르면 이달부터 개별 환자에 맞춘 인공관절을 선택해 임상에 사용한다. 고 병원장은 “지금까지는 인공관절에 맞춰 수술했지만 앞으로는 내 무릎 상태에 더 집중해 정교하고 섬세한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