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높은 뇌수막염, 돌잡이 전에 가장 위험합니다

이민영 기자 2021.04.16 13:05

#142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놓치기 쉽지만 치사율이 높은 대표적인 감염병 중 하나입니다. 뇌수막염은미국·영국 등에서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치명적인데요, 일단 발병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생존해도 5명 중 1명은 뇌 손상·청력 상실 등 후유증을 겪습니다. 다행히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4월 24일 '세계 뇌수막염의 날(World Meningitis Day)'을 맞아 수막구균 백신에 대해 알아봅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수막구균 세균이 침투해 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을 감염시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24~48시간 내 급속도로 악화해 손쓸 틈 없이 사망할 수 있는 초응급질환이지만 기침·발열같이 증상이 가볍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놓치기 쉽습니다.  
 
수막구균성뇌수막염이 가장 위험한 시기는 생후 1년 이하의 영·유아 때입니다.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데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약을 먹고 무심코 넘기기 쉽습니다. 특히 영·유아기 땐 기운이 없거나 잠만 자는 등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독 쳐지거나 보채고 구토 등을 하거나 잘 먹지 않는 것도 수막구균성 질환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의식을 잃거나 온몸에 반점이 생겼을 때 병원을 찾게 되는데 그럴 땐 제때 항생제 치료를 해도 성장 불균형·학습장애 같은 후유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발병 후 24~48시간 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3일 만에 사망할 수 있습니다. 콩팥·폐·심장 같은 장기가 마비되고, 뇌출혈로 뇌 기능이 망가지면서 호흡이 약해집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01~2020년까지 보고된 수막구균 감염 연령의 9% 가량은 1세 미만이었습니다. 이밖에 활동력이 왕성한 청소년과 집단·단체생활을 하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기숙사 등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청소년기는 영유아 시기 다음으로 수막구균성뇌수막염에 잘 감염되는 시기입니다.
 
질병관리청은 뇌수막염의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뇌수막염을 제3급 법정감염병에서 제2급으로 등급을 높였는데요, 제2급 감염병은 결핵·수두·홍역과 같이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유행 시 격리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수막구균 무증상 보균자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뇌수막염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수막구균은 감염자와 보균자의 기침이나 공동 식기 사용, 입맞춤 같은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됩니다.  
 

1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치명률이 높은 수막구균은 다행히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합니다. 국내에는 두 가지 종류의 백신이 있습니다. 생후 2개월부터 접종할 수 있는 멘비오(GSK)와 생후 9개월부터 접종 가능한 메낙트라(사노피)입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1세 미만에서 많이 걸리는 만큼 접종을 일찍 하면 항체를 형성하는 시간을 빨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세 미만 영유아 중에서도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유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신생아 때는 모체로부터 받은 항체가 수개월 간 유지되지만 이후 점점 감소해 생후 6개월~2세 사이에 최저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수막구균 감염이 잘 발생하는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1세 미만에서 많이 걸리지만 성인이어도 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숙사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이 모여 생활하는 환경이나 아프리카 수막구균 벨트(수단·세네갈·케냐 등)를 포함한 수막구균 유행지역에 머무는 경우에도 감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권고됩니다.
수막구균 백신은 폐렴구균백신(PCV7), Hib, B형간염백신, DTaP, IPV 등의 다른 백신과 동시에 접종해도 괜찮습니다. 백신 접종 후 생길 수 있는 가벼운 이상 반응에는 접종부위 발적, 부종, 동통이 있습니다. 또 전신 이상반응으로 미열, 무기력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과 성인에서 백신 접종 후 통증 또는 심한 긴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실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다른 예방접종 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충분히 예방 가능합니다. 발생 시 넘어지면서 다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 후 20~30분 간 접종기관에 앉아있거나 누워있도록 합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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