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괴로운 하지정맥류 환자들, 질환에 대한 오해가 증상 악화 부추겨

김선영 기자 2020.07.31 08:58

‘하지정맥류’ 치료·예방법 팩트 체크

여름철만 되면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하지정맥류’ 환자다. 다리 피부밑에 가느다란 정맥 혈관이 늘어나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서다. 더위로 옷 길이가 짧아지는 여름엔 의도치 않게 피부가 노출돼 곤욕스러워한다. 정맥은 동맥을 통해 우리 몸 곳곳으로 공급됐던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길을 말한다. 정맥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이 있다. 이 판막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피가 심장 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역류한다. 그러면 혈관이 늘어나고 늘어난 혈관은 피부 밖으로 보이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한다.

지난해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는 무려 21만6127명. 최근 5년 새 환자 수가 약 42% 늘었다. 이처럼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의외로 질환 정보는 부족한 편이다. 오히려 ‘구불구불한 푸른빛 혈관이 눈에 띄어야 하지정맥류’라거나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오해가 많아 증상 악화를 부추긴다. 전문가의 도움말로 여름에 더 괴로운 하지정맥류의 올바른 치료·예방법을 짚어봤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으로 질환 여부 단정하기 어려워
혈관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진단 받아야


▶다리가 붓거나 통증이 있으면 하지정맥류 초기다? (△)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저리는 증상은 하지정맥류의 대표 증상 중 하나다. 그러나 부기나 통증이 있다고 전부 하지정맥류라 단언할 수 없다. 하지불안증후군이나 좌골신경통, 정맥혈전증 등도 다리 통증을 동반한다. 하지정맥류가 의심될 땐 자가 진단하기보다 병원을 찾아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울퉁불퉁한 혈관이 보여야만 하지정맥류다? (X)
하지정맥류는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이 발끝까지 도달한 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혈액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정맥 속 판막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판막이 열렸다 닫히면서 혈액의 흐름을 돕는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혈액이 역류해 정체되면서 밖으로 돌출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모든 환자에게 꼭 나타나는 건 아니다. 잠복성 하지정맥류의 경우 혈액이 역류하더라도 구불구불한 뱀 모양처럼 혈관이 눈에 띌 만큼 튀어나오지 않는다. 즉, 혈관 돌출 여부가 하지정맥류를 입증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란 얘기다.

 이로 인해 초기 증상인데도 단순히 다리가 무겁고 저리며 붓는 것이라 생각해 외관상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방치하는 환자가 많다. 혈관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고 초기 진단 및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진행하면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증상을 방치하면 피부 변색이나 피부염, 궤양 등 심각한 ‘만성 정맥 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어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는 사진이나 육안, 증상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X)
하지정맥류를 진단하려면 혈관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의심스러워 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시진(눈으로 확인), 촉진(손끝 감각으로 확인), 타진(손끝 두드림으로 확인) 등의 방법으로 진찰해 대략적인 상태를 파악한 뒤 혈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다.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정맥류가 발생한 위치와 근원 혈관, 혈류량과 방향에 따른 역류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혈관 초음파 검사 결과는 하지정맥류의 중요한 진단 기준으로 활용된다. 
 

에스트로겐 영향으로 여성 발병률 남성의 2.15배 
혈행 개선제, 증상 완화에 도움되나 근본 치료제는 아냐 

▶환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O)
여성의 하지정맥류 발병률은 남성의 2.15배 수준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 탓이다.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확장해 체내 혈액량을 늘리는 기능을 한다. 임신이나 생리 전, 폐경 시기에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 에스트로겐이 정맥을 넓혀 정맥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복압의 영향으로 하지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정맥이 확장할 위험이 더 크다. 보통은 출산 후 확장된 혈관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정맥류 증상도 완화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맥류가 이어지거나 재발한다.

▶운동·압박스타킹·정맥 순환제로 완치할 수 있다? (X)
하지정맥류를 자가 치료해보려는 사람이 많다. 다리 운동을 하거나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고 정맥 순환제를 복용하는 식이다. 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은 종아리 부근의 근육 수축을 원활하게 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걷기나 수영, 요가 등은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데 좋다. 20~30㎜Hg 정도 압력을 주는 압박스타킹은 종아리 근육 펌프의 기능을 대신함으로써 하지 정맥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정맥 혈액 순환제 역시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보존요법은 원인이 되는 혈관을 고치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질환이 심각하지 않을 때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데 쓰인다. 보존요법을 시도해도 증상이 완화하지 않는다면 조속히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열로 혈관 태우거나 열 없이 폐쇄하는 등 치료법 다양
정확하게 진단받고 최적의 치료법 찾아야


▶수술 또는 시술로만 치료할 수 있다? (O)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판막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근본 원인을 없애려면 문제 혈관을 제거하거나 폐쇄하는 수술 또는 시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피부를 절개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제거하는 ‘수술 치료’, 300~1,000도 열에너지로 혈관을 태워 폐쇄하는 ‘레이저 치료’, 혈관 내 고주파 카테터를 삽입해 약 120도의 열로 혈관을 폐쇄하는 ‘고주파 치료’ 등이다. 최근에는 ‘최소침습적 비열 정맥 폐쇄술’도 나왔다. 열을 이용하지 않고 인체 친화적인 의료용 접합제를 활용해 문제 혈관을 폐쇄하는 치료법이다. 통증이나 흉터 걱정으로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사람마다 적합한 치료법이 따로 있다? (O)
하지정맥류 치료는 질환 양상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은 혈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맥류 발생 위치나 근원 혈관, 혈류량과 방향에 따른 역류 여부를 파악해 결정한다. 무엇보다 최적의 치료법을 찾으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기본이다. 드물지만 치료 후에도 환경적인 문제로 재발할 우려가 있다. 재발한 하지정맥류는 형태에 따라 치료법이 이전과 다를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이 필수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는 자세 정맥 순환에 독 
혈관 확장되는 여름철 생활습관 더욱 신경 써야 


▶사우나는 혈액순환에 좋아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 (X)
여름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정맥이 확장되는 계절이다. 이로 인해 증상이 다른 때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혈관을 더 느슨하게 만들 수 있어 하지정맥류 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자세가 있다? (O)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는 자세는 하지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는 것을 방해해 정맥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다리를 꼬는 자세도 다리 혈관이 눌리면서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틈틈이 다리를 스트레칭하거나 적당히 걷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발목과 무릎 관절을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면 정맥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된다. 

하지정맥전문네트워크 김창수의원의 김창수 대표원장은 “많은 사람이 다리가 무겁고 피로한 느낌이 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하면서도 선뜻 병원에 가길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에는 통증과 멍, 사후 관리 측면에서 환자 부담을 낮춘 치료법이 많아졌다. 증상이 심각해질수록 피부 변색이나 습진, 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