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대표주자 ‘메디톡스’, 위기 극복 가능할까

김선영 기자 2020.07.29 08:28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의 품목허가 취소가 현실화되면서 메디톡스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메디톡스가 자체 개발한 국내 최초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주’는 메디톡스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이다. K-바이오 열풍을 이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도약한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의 시장 퇴출로 한순간에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게 됐다.

국내·국외 매출 모두 ‘빨간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25일 메디톡신주 50,100,150단위의 허가취소를 결정했다. 메디톡스는 바로 식약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 14일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대전고등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국내시장에서 메디톡신주는 이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품목허가가 취소된 후 집행정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제품을 병원에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허가취소의 근거가 된 약사법은 국내에 적용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식약처가 처분 사항을 PIC/S 가입 국가들에 통보하면서 일부 국가가 이미 선제적 움직임을 보여서다.

실제로 ‘메디톡신주’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태국은 한국 식약처가 메디톡신주의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 다음 달 메디톡신주(수출명 뉴로녹스)의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메디톡스는 태국 시장에서 제품이 퇴출당하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이미지의 추락과 함께 연 100억원이 넘는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메디톡스가 큰 기대를 갖고 있던 중국 진출 역시 불투명해졌다. 메디톡신주의 허가 취소가 이뤄지면 중국 진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회사 존립 어렵다는 전망도 나와
메디톡신주는 세계 34개국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하며 연간 830억원 이상의 수출 효과를 창출해온 메디톡스의 효자 제품으로 통한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의 성장을 발판 삼아 2018년 1억불 수출 탑을 수상하고 이달 14일에는 수출 성과 및 글로벌 시장 개척 역량을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문무역상사’에 지정되는 등 독보적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디톡신주의 허가취소가 결국 메디톡스의 발목을 잡게 됐다. 우선 메디톡스는 하반기 대규모 인력 조정과 협력업체 도산 우려라는 큰 난제에 맞닥뜨렸다. 글로벌 추가 수요에 대비해 건설 중이던 메디톡스 신공장과 글로벌 및 지역 인재 채용 등은 이미 잠정 중지 상태다.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서 매년 진행하던 신규 채용도 중단됐다. 일부에서는 고용 불안감이 커지면 3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가족들의 생계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칫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의 매출에 악영향이 미칠 경우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지며 코스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신주의 허가취소로 메디톡스가 20년간 쌓아온 수출 실적, 글로벌 네트워크, 일자리 창출 등 모든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 사실”이라며 “메디톡스가 지금의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신주의 허가취소 결정은 식약처가 관련 규정을 과도하게 적용한 부분이 있다”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음을 식약처도 인정하고 있고, 아직 집행정지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소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