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나쁜 LED 오래 쓰면 두통, 시력 저하 유발할 수 있어

정심교 기자 2020.04.20 17:02

미세한 빛 떨림 현상 있는지 구입 전 따져봐야

최근 아늑한 인테리어 연출을 위해 조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자칫 저품질의 LED 조명을 사용하면 빛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깜박거리는 현상 때문에 눈 건강에 유해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빛이 떨리거나 깜박거리는 현상은 전문용어로 ‘플리커(Flicker) 현상’ 또는 플리커링(Flicker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깜박거리는 현상이다. 플리커링은 형광등이나 TV·컴퓨터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플리커링이 발생하는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면 눈이 뻑뻑하고 피로해지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눈으로는 플리커링을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화면 속 빛이 깜박거리기 때문이다.  

저품질의 LED 조명은 눈에 유해한 깜박거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 속 제품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빛이 왜 깜박거릴까. LED조명은 DC(직류) 전원에서만 빛을 발한다. AC(교류) 전원을 DC로 바꾸는 컨버터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깜박거림을 반복한다.

이러한 AC/DC 컨버터의 전류 잔물결 특성 때문에 불빛이 떨리게 보이는 현상을 플리커링 현상이라고 한다. 플리커링 현상은 주로 60hz 이하의 낮은 주파수대에서 사람의 눈으로 인지되기 쉽다. 형광등은 형광 물질을 통해 빛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빛 떨림이 생기고 눈의 동공이 민감하게 반응해 눈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빛 떨림 심할수록 두통, 눈 피로 유발

플리커링 현상이 오래되면 두통, 눈 피로 등 증상을 유발하는 데다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2012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플리커링은 신경계 질환이나 두통, 피곤함, 몽롱함, 눈의 피로, 시력 저하, 산만함 등을 일으켰다. 플리커링 현상은 품질이 나쁜 조명에서 흔히 나타난다.

글로벌 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지난해 5월 전 세계 11개국 1만4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저품질의 조명이 야기한 유해성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저품질의 조명으로 두통을, 39%는 흐릿한 시야 번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형광등·백열등의 청색광 및 일부 저품질 조명으로 인한 깜박거림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눈의 피로, 두통, 간헐적 간질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명한조명 선택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플리커 측정 기준을 정해 제조사가 플리커 지수를 자발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일본은 2012년 ‘전기용품안전인증(PSE)’에 저주파(100Hz 이하) 플리커 측정 기준 규정을 명시했다. EU(유럽연합)는 그보다 빠른 2011년 ‘유럽 LED 품질 헌장(IEC)’에 주파수 100Hz 이상만 판매를 허용하고, ‘플리커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검증되지 않은 LED 조명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아직 플리커 현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해 일부 LED 제조업체에선 단가를 낮추기 위해 싼 부품의 안정기나 컨버터로 LED 조명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 LED 전구에 적용된 해바라기 패턴 기술은 LED의 단점을 개선해 눈부심을 최소화했다. [사진 시그니파이코리아]

플리커링을 연구·개발하는 글로벌 조명 전문 기업 시그니파이(구 필립스 라이팅)는 필립스의 눈에 안전한 조명 제품에 '아이컴포트' 마크를 부착했다. 아이컴포트는 눈이 편안한 조명에 부여하는 필립스의 자체 기준이다. 이 마크가 부착된 조명은 국제표준규격인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광생물학적 안전성평가(IEC62471)에서 최고 등급(Exempt)을 취득한 제품을 뜻한다.

시그니파이코리아 이대우 이사는 "필립스 제품은 플리커링을 최소화한 ‘플리커 프리(flicker-free)"라며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해바라기 패턴의 LED 램프는 유리에 해바라기 패턴을 적용해 LED의 단점인 빛의 직진성을 개선하고 빛을 분산시켜 눈부심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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