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7만명 증가 '담낭질환', 합병증 '제로' 로봇수술법 개발

박정렬 기자 2018.03.14 09:38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태석 교수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

담석증·담낭염 등 담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로봇수술이 국내 의료진의 손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기존 수술법보다 합병증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새로운 방식의 로봇 수술법이 개발되면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외과 유태석 교수는 14일 "기존에 하복부 절개창을 이용한 로봇 담낭절제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담낭절제술을 개발해 환자에게 시행한 결과, 부작용과 합병증이 단 한건도 없이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로봇 수술법으로, 이른바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Changing Port Placement)’이라 불린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로봇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조종간(사진 왼쪽)에 앉아 로봇의 팔을 움직여 수술하는 방식으로 시야 확보가 쉽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앙포토]

담낭질환자 5년간 21% 증가
담석증·담낭염 등 담낭질환은 고열량·고지방식 등 서구화된 식습관과 지나친 다이어트, 호르몬 불균형 등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낭질환 환자수는 2012년 22만3930명에서 2016년 28만4184명으로 5년간 21.2%가 늘었다. 2016년에만 남성 13만7982명, 여성 14만620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담낭질환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복부 깊은 곳에 있어 시야가 제한적인 데다 수술 도구가 접근하기 어렵다. 또 주변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수술 과정에서 주변 장기를 손상할 가능성도 컸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시야 확보가 쉽고 손 떨림 없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이 담낭질환 치료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2012~2016년 담낭질환자 수 추이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태석 교수는 "로봇 담낭절제술의 경우 개복수술과 비교해 통증과 출혈량이 월등히 적고, 다른 장기를 건드리지 않고 수술할 수가 있다"며 "환자는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속도가 빠른데, 이는 복강경 수술(퇴원까지 2~3일)과 비교해도 성적이 좋은 것"이라 설명했다.

세로운 로봇 담낭절제술 개발해 
로봇 담낭절제술은 일반적으로 '비키니 라인'이라 불리는 하복부에 절개창을 뚫는 방식이 쓰인다. 상처가 비키니라인 아래에 위치해 기존에 상복부를 이용한 수술법에 비해 미용적으로 우수하고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팔이 들어가는 복부 우측 하단 부위가 장(창자)과 가까워 장·장간막 천공, 탈장 등 수술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

유 교수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이런 문제를 보완했다. 로봇팔의 삽입 위치를 우측 하단에서 배꼽으로 바꾼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을 2016년 12월 세계 최초로 시도한 것.
 

기존 비키니라인 담낭절제술(왼쪽)과 새로 개발된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의 수술 부위 비교 사진 [사진 한림대의료원]

효과는 기존 로봇 담낭절제술과 비교할 때 우수한 편이다. 유 교수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년간 로봇 수술 방식에 따른 합병증 발생 비율을 조사해 결과를 지난해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비키니라인을 이용한 로봇 담낭절제술(81명)에서 장 천공, 탈장 등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은 3.7%지만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을 시행한 환자군(33명)에서는 단 1건의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유 교수는 그 이후로 최근까지 새로운 방식의 로봇 담낭절제술로 192명의 환자를 치료했지만 역시 합병증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외과 유태석 교수 [사진 한림대의료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태석 교수는 “이 수술법은 기존 '비키니라인 수술'의 단점은 보완하면서도 통증이 적고 미용상으로 우수하다는 장점은 유지한 방법”이라며 “특히 복강경 수술법에서 주로 이용하는 배꼽을 절개하기 때문에 집도의가 익숙하게 절개 부위를 봉합할 수 있고 배꼽 부위 흉터도 보이지 않게 가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태석 교수는 같은 병원 외과 신동우·박경호·조원태 교수 등과 함께 로봇 담낭절제술과 복강경 담낭절제술의 통증 비교를 위한 ‘로봇 및 복강경 담낭절제술 간의 통증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년간 총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치료 성적을 비교하는 것으로, 로봇수술에는 유태석 교수의 ‘절개 부위 변형 담낭절제술’을 시행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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