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생명 구한 대구·경북권 심장이식 거점 병원

이민영 기자 2018.03.12 09:20

[특성화병원 탐방]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이식팀

장이식은 심장 질환 치료의 마지막 보루다. 심장 기능을 거의 상실해 전신 건강이 나빠진 환자가 새 삶을 선물받는 따뜻한 의술이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수술 난도가 높고 인력·시스템을 갖추기가 까다로워 이식이 가능한 병원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권에서 심장이식 거점 병원으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지난해 3월 이 지역 최초로 심장이식에 성공한 계명대 동산병원이다. 대구·경북 지역 심장 치료 인프라를 진일보시킨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이식팀을 만났다.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60대 부정맥 환자의 심장 판막을 수술하고 있다. 동산병원은 심장 치료와 관련 한 심평원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박정근 기자

 지난해 7월 동산병원에 소아 환자 김모(15)양이 실려왔다. 심장근육 이상으로 심장이 확장된 ‘선천성 확장성 심근증’ 환자였다. 심근을 수축하는 강한 약물을 사용했지만 혈압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이식 외에는 희망이 없었다. 기존 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이 불가능해 동산병원으로 옮겨온 것이다. 흉부외과·심장내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논의 끝에 김양에게 심장 역할을 대신하는 보조 장치(에크모)를 달기로 결정했다. 에크모를 달고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심장이식 수술 중에서도 난도가 높다. 간·신장 같은 다른 장기 기능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 작은 감염 사고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양은 뇌사 공여자가 나타나기까지 중환자실에서 3주간 심장이식팀의 집중 관리를 받으며 위기 상황을 견뎠다. 에크모를 단 뒤 2주 후부터는 생명 유지가 어려울 만큼 환자 상태가 나빠진다. 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감염내과·신장내과 등의 의료진이 이식 수술 전후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력 징후와 장기 상태를 집중 관찰하고 매일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다행히 지역 내에 뇌사 공여자가 나타나 3주 만에 수술할 수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최희정 교수는 “이식 전후에 소아 특성에 맞는 약물·감염 관리 치료를 진행했다”며 “김양은 심장 재활치료로 건강을 회복해 학교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심장이식은 한 명의 명의가 실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아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 분야, 그중에서도 마지막 단계인 이식수술에는 심장이식팀과 함께 마취과·진단검사의학과·병리과 등 의료진과 장기이식센터·사회사업실·영양팀이 한 팀이 돼 환자 생명을 살린다. 
  
심평원 평가서 5년 연속 1등급 
동산병원은 그동안 심장 질환 분야에서 양적·질적 치료 역량을 쌓으면서 심장이식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심장 질환을 다뤄온 병원 역사가 깊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인공 심박동기 삽입술(1982년)과 관상동맥조영술(1985년), 관상동맥 풍선성형술(1991년)에 성공했다. 3차원 전기 생리 진단기기를 처음 도입해 치료가 어려운 부정맥을 진료하기 시작한 곳도 동산병원이다. 이 같은 병원 심장센터의 인프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상동맥우회술 평가 5년 연속 1등급’이라는 성적으로 입증됐다.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 8000례, 부정맥 시술 5000례로 임상 경험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가슴을 열지 않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첨단 의료인 타비(TAVI) 시술에도 성공했다. 심장내과 김형섭 교수는 “심장센터의 연구 업적이 적지 않고 수술 성과가 뛰어나다”며 “이런 요소들이 누적돼 심장이식 수술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박남희 교수는 “해외 논문에 따르면 심장이식 후 원내 사망률이 평균 5%, 1년 내 사망률은 10% 수준”이라며 “이 수준을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병원에서 이식 받은 19명의 환자 중 18명이 건강한 심장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동산병원이 심장이식 수술 인프라를 구축한 건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사명감과 자신감을 드러낸 행보이기도 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대구·경북권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시키며 지역 내 말기 심부전 환자의 치료 선택 폭을 한 단계 넓혔다. 그간 대구·경북 지역 말기 심부전 환자 중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다른 지역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다른 지역에서 수술 받고 수술 후 평생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을 다니며 관리하는 것은 체력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박남희 교수는 “지역 내에 심장이식 인프라가 있으면 재활치료 접근성이 높아져 환자가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체력·시간·비용 소모가 줄어 이식 후 경과가 좋다”고 말했다. 
  
  
말기 심부전 치료 선택 폭 넓혀 
심장이식 대상인 말기 심부전은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몸 곳곳에 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다. 각종 장기가 산소·영양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심장내과 김인철 교수는 “심부전은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심장 질환 치료를 받은 뒤 생존하는 기간이 길어져 심부전 합병증이 나타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말기 심부전이 더 악화해 다른 장기까지 손상되면 심장이식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흉부외과 장우성 교수는 “심장이식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이 아직은 높지 않다”며 “대구·경북권에서도 충분히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조성돼 있는 만큼 말기 심부전 환자들이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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