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상처에 소독약·연고부터 바르지 말고 습윤밴드 붙이세요

류장훈 기자 2017.12.01 11:29

#9 흉터를 줄이는 약 습관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약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 입니다. 오히려 잘못쓰면 안 쓰니만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약 사용에서 오해와 잘못된 상식이 많은 것이 바로 상처 치료입니다. 보통 까지거나 긁히고 베이는 상처가 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빨간약'으로 볼리는 포비돈요오드나 과산화수소수일 겁니다. 모두 살균·소독 기능이 있습니다. 과연 이들 소독약부터 사용하면 되는 걸까요? 이번 약 이야기의 주제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 사용법입니다.
 

상처에 소독약을 찾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상처가 덧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상처 부위를 소독하면 세균이 감염이 되는 것도 막고 상처를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년간 일상에서 정석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조치입니다. 상처가 난 곳에 소독약이 들어가면 상처 부위의 조직을 자극하게 됩니다. 조직에 손상을 주는 것이죠. 통증도 커집니다. 상처를 소독할 때 '아픈 만큼 소독이 되면서 치료가 잘 되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소독약은 상처가 아닌 상처 주변에 바르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또 하나 대표적인 오해가 있습니다. '빨간약' 만큼이나 상처에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연고입니다. 후시딘·마데카솔로 잘 알려져 있죠. 상처에 무조건 이런 연고를 바르는 것이 올바른 조치는 아닙니다.
 

항생제 연고는 상처 후 감염을 막기 위한 약입니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는 약은 아닌 것이죠. 아무 때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게 되면 오히려 내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생제 연고 내성의 심각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단, 상처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등 감염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빨리 상처 부위에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합니다.
 
그러면 상처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빨리 치료되고 흉터도 생기지 않을까요.
얼마 전 한 독자께서 메일을 주셨습니다.
 

이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여기서는 소독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수돗물이나 생수로 상처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피가 계속 난다면 상처 부위를 거즈 등으로 지그시 눌러 지혈을 해야 합니다.

습윤밴드를 붙이신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전문가들도 '지혈 후 습윤밴드 사용'을 좋은 습관으로 추천합니다. 습윤밴드는 일반 밴드보다 촉촉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인데요. 상처를 치료하고 흉터를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 부위에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온도를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즉 보습이 돼야 잘 아물고 새살이 잘 돋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혹 상처에 진물이 나는 것 때문에 마른 거즈나 일반 밴드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진물을 닦아내는 것은 자연 치유과정을 방해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진물이 상처에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습윤밴드가 더욱 적절한 이유이기도 하죠. 습윤밴드는 2~3일에 한번씩 갈아주면 됩니다. 습윤밴드는 독자분이 하신 것처럼 상처가 아물거나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만 붙이면 됩니다.

독자분께서는 피부의 변색을 걱정하셨는데요. 이 또한 치료되는 하나의 과정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올라오면서 콜라겐이 생성되는데, 이때 피부색이 변하기도 하고 도톰하게 올라오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색은 차차 돌아옵니다.

흉터가 걱정된다면 상처가 잘 아문 뒤 해당 부위를 지긋이 눌러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흉터가 걱정된다면 흉터 전문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양파 추출물이나 실리콘 성분이 들어간 흉터케어 연고가 도움이 됩니다. 딱지가 떨어진 후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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