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변화는 정신과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치르는 여성은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지면 난소암, 유방암 등 부인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조기초경, 늦은임신 등 고위험군은 생활습관 관리 등 철저한 '예방 전략'을 세워야 한다.
출산·수유 난소암 위험 낮춰
난소암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부인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47%이상)지만 자각증상이 거의 없고, 환자 10명 중 7명은 3기 이상 진행 후 발견돼 치료가 어렵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소암 발병 환자는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4년 1만6927명으로 33.6% 늘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난소암의 10%는 유전 요인이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정상 유전자 서열을 가진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
나머지 90%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쉼 없는 배란'이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는 “여성이 배란을 할 때 난소가 난자를 배출하면서 난소의 표면층이 터지는 데, 이 때 터진 곳을 수리하기 위해 세포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DNA 손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배란을 많이 하는 가임기 때 임신, 출산을 하게 되면 배란 횟수가 줄어 난소암 위험이 낮아진다. 그러나 오늘 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늘면서 난소암 환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 암역학연구실은 자녀를 둔 여성이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위험이 20% 낮고, 자녀를 더 낳을 때마다 난소암 위험은 8%씩 더 낮아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은주 교수는 "출산횟수가 한 번이면 난소암 위험은 전혀 출산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약 10%, 출산횟수가 3번이면 50% 낮다는 연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신뿐 아니라 모유 수유도 배란을 지연시켜 난소의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노출 기회를 줄인다.
유방암도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암 중 하나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 발병의 고위험 인자 중 하나로 조기 초경을 꼽는다. 초경 시기가 빠르면 그만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어진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 12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한 여성은 17세 이후 초경을 경험한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5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유방암 역시 최근 2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 중 암 환자 있을 땐 유전자 검사를
빠른 초경을 겪었거나 늦은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적극적으로 생활습관 관리나 예방적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이다. 기름진 음식, 음주 등은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암의 위험을 높인다. 일부 플라스틱·통조림 캔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호르몬도 주의해야 한다. 평균 30~49세의 노르웨이·스위스 여성을 대상으로 한 9.1년 간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강도 높은 신체활동은 유방암 위험을 감소시킨다. 참여도가 높은 동호회 활동 등으로 운동을 생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망률이 높은 난소암의 경우 이은주 교수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여성은 경구피임약 복용을 통해 배란을 억제하거나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인 초음파, 혈액검사(CA125 종양표지마커 측정)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직계 가족 중 난소암이 2명 이상이거나 ▶직계 가족 중 난소·유방암 합쳐 2명 이상 ▶가족 중 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등이 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유전성 난소암의 예방법은 난소난관절제술이 유일한데,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통해 유전성 난소암 발생위험을 96%까지 낮출 수 있다"며 "출산 계획이 없거나 아기를 다 낳은 여성은 35세 이후, 적어도 40세 이전에 난소난관절제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