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은 '자전거족(族)', 고관절·무릎관절 손상 많아 주의

박정렬 기자 2016.09.02 20:09

고가 장비가 오히려 부상 위험 높일수도...목적 따라 신중히 선택해야

정모(54)씨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자전거 매니어다. 최근에는 주행 속도를 높이려 클릿 슈즈(페달에 고정되도록 만들어진 신발)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라이딩을 하던 중 균형을 잃고 넘어졌는데, 클릿 슈즈를 빼지 못해 충격이 고스란히 몸에 전해진 것이다. 결국 정씨는 고관절 골절이란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국내 자전거 인구는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자전거 소재와 장비가 개선되면서 빠른 속도감을 즐기는 스피드족(族)도 늘었다. 운동량과 보유 장비는 프로 선수 못지 않다. 하지만 속도만 쫓았다간 자칫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는 "자전거 운동은 체력증진와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욕심은 사고와 부상을 유발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빠른 속도로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고관절이나 무릎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주행 중간에 한 번씩 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들어주거나 30~40분 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출처 중앙DB]
 
고관절, 무릎 관절 손상 위험 높아
 
스피드족에게 흔한 운동 손상 부위는 고관절이다. 실제 프로 사이클 선수 대부분은 고관절 질환을 앓는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고관절 부위의 힘줄(장경인대)이 빠르게 수축·이완하는데, 이 때 뼈나 점액낭(물주머니)과 마찰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에는 발음성 고관절이 있다. 다리와 골반 사이에서 ‘딱’ 하는 소리가 들리면 의심해야 한다. 주로 무릎과 허벅지 바깥쪽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상근 증후군도 주의해야 한다. 이상근은 다리를 바깥쪽으로 돌릴 때 쓰는 작은 근육인데,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잘못 밟거나 안장 높이가 달라지면 평소 쓰지 않던 이 근육이 압박을 받으면서 커지거나 굳는다. 허벅지나 무릎이 저리는 경우가 많다.
 
무릎 관절도 손상 받기 쉬운 부위다. 안장 높이를 자신의 키와 다리길이에 맞추지 않고 무리하게 패달을 굴리면 무릎을 굽혔다 펴는 각도(굴곡각)가 커지면서 슬개건염 및 슬개-대퇴관절 연골 연화증 등 무릎 전방부 통증을 유발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안장은 높게, 핸들은 낮게 조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등이 굽고 목이 과도하게 뒤로 젖혀지면서 부상의 위험이 커지고 척추와 목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도 있다. 무리한 운동으로 근육으로 가는 혈액과 전해질이 감소되면서 근육이 녹아내리는 병이다. 근육 내부 물질(마이오글로빈, 칼륨 등)이 체내 퍼지면서 부종, 근육통, 급성 신장질환을 유발한다. 자전거를 탄 뒤 소변 색이 적색이나 갈색이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수액 투여 등 필요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서스펜션, 머리 흔들림 줄여 도움
 
자전거 장비를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자전거는 운전자와 상호 작용이 큰 장비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무시하고 속도만 위해 자전거, 보조장비를 선택했다간 운동손상이나 부상, 사고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씨가 사용한 클릿 슈즈가 대표적이다. 하지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패달에 발이 묶여 사소한 충격도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이병훈 교수는 "클릿슈즈를 신은 채 넘어지면 몸이 떨어지는 방향과 발이 향한 방향이 달라 무릎관절이 비틀리거나 엉덩이, 갈비뼈 골절을 겪기 쉽다"고 경고했다. 프로 선수는 사고에 대비해 미리 플릿슈즈를 빠르게 빼는 연습을 한다. 일반인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클릿슈즈를 패달에 너무 단단히 조여 두지 않는 게 좋다.
 
나이가 많다면 장비 선택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관련 교통 사고는 2010년 1만1259건에서 2014년 1만6664건으로 연 평균 10% 이상 급증했는데(), 사고 발생은 20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가장 많은 반면, 사망자는 61세 이상 고령층이 가장 많다. 이병훈 교수는 "고령층은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진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고령층은 반복되는 충격이 피로감, 시계 곤란, 뇌줄중 등을 유발해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스프링(서스펜션)이 달린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50mm 높이의 수직 턱을 지날 때 머리 흔들림은 74mm 상승한 반면, 서스펜션이 있을 땐 50mm로 20mm 이상 차이가 났다. 수직 턱을 지날 때 머리가 받는 충격(가속도)도 서스펜션이 있을 때(1만800mm/s2 )와 없을 때(1만5000mm/s2) 차이가 컸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김진구 교수는 "사이클용 자전거는 공기 저항을 낮추기 위해 타이어가 얇다. 울퉁불퉁한 길을 빠르게 달린다면 완충작용이 덜한 사이클용보다 쿠션이 좋은 산악용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Tip
 
직장인 프로 철인3종 선수 김비오(트렉코리아 마케팅. http://jhealthmedia.join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72) 팀장이 소개하는 용도별 자전거 선택법
 
   
 
생활형
생활형 자전거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주로 출퇴근이나 피트니스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경량 알루미늄과 카본 프레임으로 구성돼 무게가 가볍다. 도로+산악용 모델은 산악용 샥과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도로용은 여성과 중년, 산악용은 체격이 건장한 남성에게 알맞다.
 
산악형
보다 다니아믹한 활동을 생각한다면 산악용(MTB) 자전거를 고른다. 비포장길이나 오솔길 주행에 적합한 기능이 담겨있다. 크게 하드테일과 풀샥으로 나눌 수 있다. 산악용 자전거를 탈 때는 팔을 모두 펴지 말고 약간 굽히는 게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로드형 
로드 자전거는 포장 도로와 장거리 라이딩에 최적화된 자전거다. 자전거 무게가 5kg이 안되는 모델도 있어 속도감을 즐기기 좋다. 자신이 자주 달리는 지형에 맞춰 자전거를 선택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소재로 핸들 등을 만든 모델도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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