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백 두들이다 보면 건강 절로 … 중년 운동으론 최고"

이민영 기자 2014.01.13 10:56

'4전5기 신화'

 

   
▲ 홍수환 관장의 복싱 건강학홍수환 관장이 그의 체육관에서 복싱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복싱은 세월에 느슨해진 체형을 교정하고, 체력을 증진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그만”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사각의 링에서 4전5기의 신화를 쓴 복서. 홍수환 전 WBA챔피언(WBA밴텀급·주니어페더급)도 어느덧 65세를 맞았다. 생체 나이로는 노년에 접어들지만 그는 여전히 열혈청년이다. 홍수환스타복싱체육관을 운영하며 후배를 양성하고, 복싱계의 중흥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1970년대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던 대한민국. 하지만 국민은 그가 있어 행복했고, 불굴의 의지에 힘을 얻어 국가 경제를 일으켰다.

8일, 체육관에서 만난 홍수환 관장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복싱은 단순히 때리고 맞는 게 전부가 아니다. 복싱은 인생이고, 도전이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최선을 다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말했다.

나약해질 수 있는 중년에게 복싱은 자신감과 건강을 동시에 선사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산소·유산소 결합한 전신 운동

복싱은 중년의 몸과 마음을 리모델링한다. 세월에 느슨해진 체형을 교정하고, 체력을 증진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홍 관장은 “중년이 되면 배가 불룩 나오고, 팔뚝 살이 늘어지는데 그런 사람에게 꼭 복싱을 권한다”며 “샌드백을 한번 툭 칠 때의 반동조차 운동효과가 높아 군살 붙을 틈이 없다”고 말했다.

 복싱의 기본동작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이 결합한 전신운동이다. 쉬지않고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스텝은 하체근력을 강화한다. 어깨를 몸의 중심선을 향해 회전시키면서 팔과 어깨를 쭉 뻗는 ‘잽 스트레이트’, 어깨 힘을 빼고 팔목이 꺾이지않도록 팔을 일직선으로 뻗는 ‘원투 스트레이트’, 팔을 직각으로 위로 올리는 ‘훅’은 팔의 군살을 제거하고 어깨 근육을 강화한다.

상체와 무릎을 약간 굽힌 상태에서 용수철이 튕기듯 팔을 수직으로 올려치는 ‘어퍼컷’은 몸 중심부의 근력을 강화한다. 상체를 상하좌우로 흔들며 상대방의 펀치를 피하는 ‘위빙(더킹)’은 복부·허리·허벅지 군살을 제거하고, 상체의 유연성을 돕는다. 홍 관장은 “이렇게 전신을 사용하는 복싱은 단위시간당 사용 에너지가 350~500㎉에 달해 운동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복싱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스포츠다. 홍 관장은 “위기의 중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나이가 들면 삶의 무게에 위축된다”며 “복싱을 한번 해보면 펀치를 날릴 때의 희열을 잊지못해서 계속한다”고 말했다. 복싱은 무조건 강펀치를 때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움직임과 상황에 따라 속도와 힘을 조절한다. 홍 관장은 “나이 들어 느슨해지기 쉬운 순발력과 판단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에 복싱에 도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홍 관장은 “3년 전 만난 박영순 원장(의사·아이러브안과)도 50줄에 복싱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복싱을 즐기고, 몸도 좋아졌다”며 “50은 신인상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다.

노안수술 받고 시야 또렷이 되찾아

일반적으로 복싱은 거칠다는 이미지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홍 관장은 “전문적인 선수가 아닌 이상 보호구를 착용하면 부상 위험이 거의 없다”며 “긴장감을 갖는 것도 부상이 거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헤드기어·마우스피스·가슴보호대를 착용하고, 충격완화를 위해 온스가 높은 글러브를 쓴다. 홍 관장은 “초보자라면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바른 자세를 익혀 링 위에 올라야 운동효과를 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수환 관장은 올해 복싱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복싱은 우리나라에서만 과거형일 뿐 세계적으로 국민의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넥타이를 매고 즐기는 화이트칼라복싱이 인기다. 그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아저씨 복싱(오야지 복싱)이 주요 인기스포츠”라고 덧붙였다.

 복싱은 홍수환 관장에게 젊은 시절 세계챔피언을 안겨주었고, 지금은 그의 건강을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올해 65세가 됐지만 홍 관장은 여전히 정정하다. 동년배에게 흔한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하나 없다. 세월의 불청객인 노안이 와 눈이 잠시 침침해지기는 했지만 노안수술을 받은 후 또렷한 시야를 되찾았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복싱을 한다”며 “여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늘 하려고 마음먹는 것이 건강관리 비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싱처럼 저렴하고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가 없다”며 “인생의 축소판인 사각의 링에서 투지와 극복을 경험할 수 있는 복싱에 도전해보라”고 권했다.

글=이민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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